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암에 걸린 한국 특허제도


특허권·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이 미국 등 선진국의 전유물인 시절이 있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지재권을 강력히 보호해야 한다고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동떨어진 행동을 하기도 했다. 외국의 권리자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재권 보호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정부의 태도가 그러하니 국민들이 지재권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보호하기를 기대하기는 더 어려웠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는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하고 지식재산의 창출∙보호∙활용의 역동성이 국가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고도화된 선진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이 시점에 지재권, 특히 특허권 보호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허 사면 바보' 인식 여전 우리나라에서는 특허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는 많은 사례가 기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특허기술이 대기업에 도용 당한 사례, 특허소송에서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시간과 돈만 날린 사례 등에 관한 기사는 매우 많다. 개별사례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통계도 그러한 기사의 객관성을 뒷받침한다. 특허가 무효되는 비율(60~70%)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특허권자가 승소하는 비율(약 20%)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특허권자가 승소해도 침해자로부터 받는 평균 손해배상액은 약 5,000만원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최악의 트리플 앙상블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특허권은 무시당하고 특허를 매개로 한 라이선싱∙매매시장은 형성되지 못한다. 급기야 '대한민국에서 돈 주고 특허를 사면 바보'라는 농담이 회자된다. 감기∙폐렴∙폐암의 증상과 처방이 다르듯 현재의 특허권 보호 정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도 달라져야 한다. 앞에서 소개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특허제도는 현재 폐암을 앓고 있는 정도이며 당연히 폐암에 대응할 수 있는 적극적인 치료를 전개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현재의 상황을 특허제도가 감기를 앓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닐까. 특허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음으로 해서 발명가의 권리와 자존심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 필요하다. 필자는 특허권이 무력해 발명가의 권리와 자존심이 지켜지지 않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능한 여러 조치 중 가장 효과적인 조치로 특허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3배까지 증액할 수 있는 소위 '손해배상액 가중제도' 도입을 주장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선의의 침해자를 제외하고 고의 또는 악의로 특허권을 침해한 자에게 법원이 산정된 손해배상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특허권에 힘이 조금이라도 더 실리게 돼 고의적∙악의적 특허권 침해가 어느 정도 줄어들고 특허를 매개로 한 거래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제도로 특허권의 보호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졌다는 실증적 자료가 있다. 손배액 3배까지 가중처벌 필요 특허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으면 발명의 창출∙활용도 지식기반사회나 선진국 진입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강력한 특허권 보호를 통해 발명가가 신명 나게 연구하고 혁신과 발명이 용솟음치며 혁신형 중소∙벤처기업이 세계시장으로 도약하는 고도화된 지식기반사회를 도모해야 한다. 마침 지식재산기본법이 제정됐고 그에 따라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발족됐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특허권이 무력한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기를 기대한다. 이들 정책 가운데 특허소송 손해배상액 가중제도는 가장 시급하게 다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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