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 같이 넘자" 곤회장의 묘수

■ 닛산, 르노삼성에 차 위탁생산<br>엔고·인건비·전력난 등 6중고 벗어날 최적 대안<br>르노삼성도 가동률 업… 수출 비중 90%로 늘 듯


카를로스 곤(사진) 르노-닛산 회장이 닛산의 일본 내 생산물량 일부를 르노삼성자동차에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위기에 처한 일본 산업계가 한국을 최적의 대안 생산기지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 속에서 나온 선택으로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상반기 일본의 대한(對韓) 투자는 190건 5억8,700억달러에서 대지진이 있었던 이듬해 상반기에는 225건 8억9,200만달러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295건 26억4,400만달러로 급격히 증가했다.


19일 한국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 산업계가 이른바 '6중고'를 탈출하기 위한 대안으로 한국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무협 보고서에 따르면 6중고란 엔고, 높은 법인세율, 인건비 부담, 엄격한 환경규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지연, 전력수급 불안 등이다. 일본 산업계는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한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 6중고의 덫에서 대부분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역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닛산의 이번 결정은 국내 완성차 및 차 부품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수출 증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닛산 사례를 본뜬 일본 산업계의 추가적인 한국 진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닛산 또한 르노삼성에 일부 물량을 넘김으로써 6중고 부담을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인력을 활용할 수 있고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동시에 체결돼 있는 FTA 효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만든 닛산차야말로 세계 최고의 수출 경쟁력을 지닌 제품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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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르노삼성의 가동률도 100%선까지 올라가고 수출 비중도 현재 63%에서 90%까지 높아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닛산이 르노삼성에 중형 세단 '알티마'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신형 모델 등의 생산을 맡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미국 테네시 공장, 영국 선더랜드 공장과 함께 닛산의 주요 해외 생산기지로 격상되고 부산공장 생산제품은 동남아, 아시아ㆍ태평양, 중동뿐 아니라 미국ㆍ유럽에까지 수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르노삼성이 닛산의 수출차량 생산기지가 된다는 것은 부품 국산화를 전제로 한다. 현재와 같이 일본으로부터 값비싼 부품을 수입해 차를 생산한다면 수출경쟁력 강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랑수와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이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부품 국산화 작업에 착수, 상당한 성과를 냈다"면서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곤 회장 등 르노-닛산 최고경영진을 설득해 이번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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