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삼성전자·현대차 빼고 성장기업 담으니… 펀드 수익률 쑥쑥

주가 부진 거듭 '빅2' 비중 대폭 낮춘 펀드들 최근 1년수익률 상위에

투자 고수했던 펀드는 수익률 크게 떨어져



최근 1년간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빅2' 주식인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를 아예 편입하지 않거나 비중을 낮춘 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돋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이들 두 종목이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보통주 기준)에 달해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빼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부 펀드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가 부진을 거듭하자 과감하게 투자바구니에서 빼내고 성장기업들로 채웠고 이러한 포트폴리오 교체는 수익률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


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으로 설정액 50억원 이상인 국내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들 중 최근 1년 수익률 상위 펀드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비중을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주식형 펀드들은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연금저축전환자 1(주식)종류C(46.20%)·프랭클린지속성장(주식)ClassC(37.12%)·메리츠코리아1[주식]종류A(35.39%)·한화자랑스러운한국기업자(주식)종류A(32.82%)·마이다스신성장기업포커스[주식]A1(29.80%)·미래에셋Focus자1(주식)종류A(28.31%)·라자드코리아(주식)클래스A(24.03%) 등이다.


최근 1년 수익률 1~10위 국내주식 펀드들 중 1년 전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아예 투자하지 않고 있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2개를 제외하면 모두 삼성전자·현대차 투자 비중을 줄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고 그 자리를 신성장 동력을 갖춘 종목들로 교체한 것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이같이 교체한 덕분에 수익률 순위도 껑충 뛰었다. 최근 1년 수익률 상위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의 국내주식형 펀드들은 1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수익률 순위 200~300위권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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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전자와 현대차 투자를 고수했던 펀드들의 수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국내주식형 펀드들 중 최근 1년 성과(-11.43%)가 가장 낮은 '프랭클린그로스(주식)5'는 삼성전자 투자비중이 13.47%로 가장 높고 현대차에도 1.49%를 투자하고 있다.

개별 펀드별로 보면 최근 1년 수익률 2위에 이름을 올린 프랭클린지속성장은 지난해 3월3일 삼성전자(15.46%)와 현대차(6.44%)에 20% 넘게 투자했다가 1년 사이 이들 종목을 모두 매도하고 그 자리를 유나이티드제약(033270)(5.63%)·코스맥스비티아이(044820)(5.59%) 등으로 채웠다. 오호준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이사는 "중국 정보통신(IT)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커지고 애플이나 구글 등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수익모델이 위협받고 있다"며 "제조업 대신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효과가 기대되는 헬스케어와 제약 업종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1년 수익률 35.39%로 3위를 차지한 메리츠코리아펀드도 1년 전에는 삼성전자(3.24%)와 현대차2우선주(신형)(2,53%)에 투자했지만 올해 3월에는 이들을 빼고 제일모직(3.82%)·현대하이스코(1.47%)·현대위아(0.56%) 등으로 대체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대형 제조업체 중심으로 투자해서는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며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 모델에 주목해 종목을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마이다스신성장기업포커스는 1년 사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3.17%)를 모두 팔았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Focus는 삼성전자(5.77%)를, 라자드코리아는 삼성전자(2.95%)와 현대차(2.84%)를 각각 전량 매각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투자바구니에서 두 종목을 아예 제외하거나 비중을 낮추는 펀드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 판매량 부진 속에 주가가 4년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SK하이닉스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를 대표하던 제조사들이 후발 주자들의 도전과 엔화 약세로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차기 성장주 발굴이 운용사들에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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