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은행을 믿지 못하겠다`
대형 기업들이 인수ㆍ합병(M&A)시 자문 주간사로 투자은행을 선정하는 대신 금융 전담팀을 구성해 자체적으로 M&A를 성사시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애널리스트의 투자자 오도 보고서 파문 등으로 신뢰에 금이 간 투자은행이 미덥지 않은데다 터무니 없이 과다한 자문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 특히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지난 90년대 호황시기 투자은행의 꾐(?)에 빠져 공격적인 M&A를 실행했지만 이 같은 확장 전략이 무리수로 드러나면서 업계 내에서 투자은행에 대한 불신 풍조가 팽배해지고 있다. 투자은행이 호황을 틈타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무조건 M&A를 제안한 측면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석유 대기업인 유코스와 시브네프트 등 많은 대기업들이 올들어 자체적으로 수십억달러의 M&A를 성사시켰다. 시장 조사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M&A중 자체적으로 성사시킨 건수는 3,906건으로 전체의 84%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77%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영국 화학 그룹인 임페리얼 케미칼 인더스트리즈는 지난 15년간 전통적으로 회사내에 `A팀`을 구성해 크고 작은 수백건의 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유럽 금융서비스 자문회사인 암스트롱 인터내셔널의 파트너인 아이단 케네디는 “상당수 최고 경영자들이 투자은행에 제공하는 자문 서비스가 수수료에 합당한 부가가치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며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자체 M&A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