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 하다. 주인이 여행을 떠나면서 하인들에게 달란트 돈을 나누어 맡기며 관리하도록 했다. 그 후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어느 하인은 맡긴 돈을 잘 굴려 2배로 늘렸는가 하면 다른 하인은 맡은 돈을 땅에 묻었다가 고대로 꺼내 놓았다. 주인은 돈을 늘리지 못한 하인에게 성을 내며 내 쫓았다. 마태복음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비유를 기독교신앙의 차원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별 문제로 하고 일부에서는 달란트를 글자 그대로 재산으로 이해하고 기독교야말로 재산의 증식을 덕목으로 인정하는 종교이며 서구 자본주의도 기독교라는 정신적 토양 위에서 비로소 꽃 피울 수 있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 듯 하다. 이 해석에 따르면 재산은 늘려야 하는 것이며 땅에 묻어 두어 현상이나 겨우 유지하는 것은 죄악이 된다. 그런데 요즘 우리 기업들이 바로 그런 죄를 짓는 딱한 상황으로 내 몰리고 있는 모양이다. 돈을 굴릴 곳이 없어 현금을 쌓아 놓고 있다니 말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들이 저금리 등으로 수익은 좋아졌으나 번 돈을 재투자할 대상을 찾지 못해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 규모가 40조원에 달하고 있다 한다. 한 때 500%를 넘겨 환란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던 기업의 높은 부채비율도 이제는 135%로까지 떨어져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 되었다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기업재무구조가 견실해 졌다고 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경제는 개발경제시대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만성적인 자금부족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막대한 외채가 그 증거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투자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문턱이 닳도록 은행을 드나들어야 했고 은행들은 콧대를 높이 세우고 돈 장사를 했다. 그 기업들이 은행신세를 지기는커녕 번 돈을 재투자 할 곳조차 찾지 못해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니 보통 일이 아닌 듯 하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지 정밀한 진단과 처방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신성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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