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투자수요는 물론 세입자들의 매매전환도 확 줄었습니다. 연초 거래 회복세가 이번에도 채 석 달을 못 가는 모습입니다. 정부가 살아나던 거래불씨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는 불만들이 가득해요." (반포동 M공인 대표)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거래 회복세가 또다시 반짝 증세에 그치는 모습이다. 각종 규제완화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뿐만 아니라 강북권 일반 아파트까지 매수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었지만 이달 들어 다시 거래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시내 일선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전화기가 고장난 줄 알았다"는 말이 잇따를 정도로 매수문의가 급감했다.
특히 실수요 위주인 비강남권 아파트마저 매수문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마포·노원·동작구 등의 경우 지난 2월까지는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일부 세입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최근에는 강남권 거래 위축이 이 지역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주택경기 회복은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더해져야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수 있는데 최근 투자심리 위축이 실수요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이 차갑게 식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거래절벽 장기화=16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3월 들어 2주 연속 거래중단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와 이에 따른 다주택자 임대소득세 과세 확대 방안을 담은 정부의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가 나온 후부터 매수문의가 뚝 끊기더니 거래가 전면 중단된 것은 물론 가격도 약세로 돌아서는 추세다. 오히려 집값이 더 떨어질까 걱정하는 집주인들의 매도문의가 이어지면서 급매물이 다시 쌓이는 상황이다.
강남의 대표적 저층 재건축 추진단지 밀집지역인 강남구 개포지구의 경우 거래절벽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공1~4단지와 시영 등 5개 단지에서 1~2월에는 첫째 주에만 10건 정도 거래가 성사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15일이나 지난 현재 3건의 거래가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문의가 줄어들면서 호가도 떨어지고 있다. 2월 6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던 주공1단지 35㎡(이하 전용면적 기준)는 현재 호가가 6억원으로 2주 만에 2,000만원이 빠졌다. 채은희 개포공인 대표는 "사업진행이 가장 빠른 주공2단지의 경우 그나마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매수문의가 너무 적어 집주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2월까지만 해도 집값 추가 상승을 기대하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중층 재건축 추진 단지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에서도 마찬가지다. 1월 14건, 2월 18건이 거래되면서 시세가 꾸준히 상승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거래가 3건에 그치면서 가격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그나마 이달 이뤄진 3건의 거래 역시 정부의 보완조치 발표 이전인 3·4일 이틀에 걸쳐 이뤄진 것이고 이후에는 단 한 건의 거래도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북권 일반 아파트 거래 문의도 '뚝'=거래절벽 현상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뿐만 아니라 비강남권의 일반 아파트로까지 번지고 있다. 가파른 전셋값 상승과 매매가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2월까지는 매매전환 수요가 잇따랐지만 최근에는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수문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강남권 일반 아파트의 경우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면서 매수문의가 뚝 끊겼다. 정부가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월세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잠실·반포동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에서는 시장이 매도자 우위에서 다시 매수자 우위로 바뀌었다.
치솟는 전셋값에 매매전환 수요가 부쩍 늘면서 집값도 오름세를 보였던 강북 지역 역시 이달 들어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다. 실수요 위주이기 때문에 강남 지역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은 만큼 굳이 이 시점에 집을 사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다.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려는 실수요자라도 자기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집 구매를 꺼리게 된다는 것. 마포구 공덕동 G공인 관계자는 "1~2월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시세가 높게 형성됐는데 부동산 시장이 이상 조짐을 보이니까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고 말했다.
◇거래절벽 다시 오나=업계에서는 시장이 위축될 경우 오랜만에 활기를 띠던 주택시장이 다시 거래절벽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살아나던 주택경기에 정부가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는 인식을 급반전시킬 만한 정책이 더 나오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5일 기준 서울의 3월 아파트 거래량은 4,111건으로 지난달 7,124건의 절반을 넘었고 지난해 3월(5,153건)의 80% 수준에 달한다. 통계 자체로는 3월 보름치 실적치고는 양호하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 통계가 계약일부터 60일 이내인 '거래신고일'을 기준으로 조사되는 것을 고려할 때 3월 거래량의 상당수는 실제 거래가 1~2월에 이뤄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부동산 현장에서는 거래가 급감했다는 의견이 속출하는 상황이어서 실제 거래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전세난을 우려해 집을 사는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구매심리가 위축된 만큼 당분간 거래절벽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가격 역시 관망세가 이어질 경우 하락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