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인의 명분과 도리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정치판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사람으로 기자생활을 하십니까." 민주당을 탈당한 김원길(서울 강북갑)ㆍ박상규(인천 부평갑) 의원이 26일 전격적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한 직후 경제계 모 인사가 기자에게 안부를 물으면서 한 말이다.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우선 명분에 어긋난다. 두 의원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 인기가 치솟을 때 후보단일화를 강력히 외치며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를 결성하고 단일화 촉진을 위해 민주당 탈당까지 결행했다. 그러나 두 의원은 정작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자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공교롭게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일 후보인 노 후보의 지지율이 그 동안 줄곧 선두를 달려온 이 후보를 꺾고 역전시킨 날이 입당일자가 됐다. 보기에 따라선 노 후보의 상승세에 '재 뿌리고 김 빼겠다'는 심산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람의 도리로서도 잘못됐다. 두 의원은 모두 민주당에서 정당의 꽃이자 공당의 조직과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지냈다. 또 김 의원은 3선으로 두 차례 정책위 의장을 맡았고 의약분업사태 때 현 정부에 의해 보건복지부 장관에 발탁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재선이면서 민주당 몫으로 국회 산업자원위원장이 됐고 민주당 중앙당후원회장까지 맡았다. 민주당이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에 대해 '배은의 행보'라고 꼬집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두 의원의 행보는 일단 당내 요직을 지낸 중진을 빼앗겼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심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반면 한나라당으로선 이ㆍ노 후보의 지지율이 역전된 시점에, 그것도 재계의 마당발로서 각각 대기업ㆍ중소기업으로 나눠 민주당 자금 줄 역할을 해온 두 의원의 입당이 반가울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이해관계에 얽힌 정치권처럼 명분과 도리에 어긋나는 정치인의 행보에 대해 너그러울지는 미지수다. 구동본<정치부>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