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유럽연합(EU)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유가증권 방식의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가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된다. 정부는 조만간 1차 배출권 할당기간(2015~2017)에 적용할 부문·업종별 감축목표를 확정하고 기업별 감축목표도 10월까지 정할 계획이다. 지구 온난화를 늦추려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동참할 수밖에 없지만 기업으로선 새로운 비용부담 요인이다. 정부와 산업계·학계가 업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산업계와 해외 전문기관에서는 2009년 추계한 한국의 2020년 배출전망치(BAU)가 10~30% 과소 추계됐다며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EU 주도로 만들어진 유가증권 방식의 배출권 인증 및 거래제도가 고비용 구조라는 점이다. 배출권 인증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인증비용이 건당 200만달러 이상 든다. 배출권을 유가증권화하는 과정에 복잡한 파생금융 기법이 동원되고 가격도 비싸진다. 배출권 유통 마진의 85%를 JP모건 등 증권사가 가져갔다는 게 글로벌 금융그룹 UBS의 분석이다. 탄소금융 시장을 JP모건 등 외국 증권사에 내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반면 일본은 이런 방식이 기업에 상당한 비용부담을 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제3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와 대외원조기관인 일본국제협력기구(JICA)가 산업계와 손잡고 동남아·중동·남미 등지의 개도국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공적원조 사업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기업에 저렴하게 판매한다. 배출권 인증방식도 덜 까다로우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활용하는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의 모델을 쓰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기존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저비용 배출권 시장을 만드는 데 참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