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상전벽해' 美 제조사 구조조정 뒤 보너스 잔치, '격세지감' 월가 보너스 삭감에 인원 감축까지


해마다 월가의 요란한 보너스 잔치를 바라만 보던 미국 제조업계가 모처럼 두둑한 보너스를 챙기며 흐뭇한 겨울을 나고 있다. 반면 월가에서는 보너스가 반토막나고 인원감축이 이어지는 등 미국 제조업계와 금융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20일 자동차 '빅3'인 제너럴모터스(GM)ㆍ포드ㆍ크라이슬러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등 미국의 주요 제조업체들이 지난해 실적호조에 힘입어 직원당 최대 7,000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이미 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09년 파산상태까지 갔다가 지난해 창사 이래 사상최고액인 91억9,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린 GM은 다음달 중 4만7,500명의 조합원들에게 최고 7,000달러씩을 보너스로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202억달러의 순익을 남긴 포드도 직원들에게 2,450달러의 보너스를 줄 계획이다. 크라이슬러와 보잉사는 이미 지난해 말 최대 4,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칼바람을 맞았던 자동차업계가 그동안 치러온 혹독한 구조조정의 성과를 톡톡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그라임스 미시간대 교수는 "지난 5년간 미국 자동차업계는 불황의 늪에 빠져 있었다"며 "이제는 그 성과의 몫을 가져갈 때"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지난해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일본 자동차 산업이 위축된 점도 자동차업계가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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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벌어진 제조업계의 보너스 잔치 덕분에 미국의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시간주 일간지인 랜싱스테이트저널은 "이번 보너스 잔치는 제조업계 공장이 밀집한 미시간ㆍ오하이오ㆍ켄터키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시간주에서만도 3,300만달러 이상의 경제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해마다 돈잔치를 벌이며 부러움을 샀던 뉴욕 월가의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 등 금융회사들은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거래수입이 급감한데다 '월가의 탐욕'으로 대변되는 여론 악화로 모진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월가 금융인들의 보너스는 최대 50%까지 삭감됐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순이익이 47% 감소한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의 주식 보너스를 44% 삭감하고 직원들의 보너스도 최대 50%씩 깎았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현금 보너스를 12만5,000달러로 제한하고 실적이 부진한 채권 트레이딩 직원에게는 보너스를 주지 않았다. 이밖에 씨티은행ㆍ크레디트스위스ㆍ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도 30% 이상의 보너스 삭감을 단행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수익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보너스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월가의 한숨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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