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장을 늦추더라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9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투자 마인드가 회복되고 금리하락, 주가상승, 기업수익개선, 대규모 재정방출 등에 힘입어 내수가 살아나 경기회복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따라 올해 경제 성장률이 4.3%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전경련 부설 한경연도 올해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IMF의 고통이 이제야 끝나고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것 같아 반가운 소식이 이닐 수 없다. 그러나 결코 반가운 소식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이르다. 허리띠를 풀어헤칠 수 없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금융 실물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것은 바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절호의 기회일 뿐 개혁 의지를 약화시키고 허송세월을 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경기침체 걱정은 안해도 되게 되었다는 뜻이다.이 기회를 놓치면 경기회복은 한계에 부딪쳐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KDI도 이점을 분명히 짚고 강조했다. 실제로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원화가 터무니 없이 고평가되고 있다. 환율이 1,200원선을 밑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출 경쟁력의 지랫대인 원_엔 환율이 10대1 이하로 떨어졌다. 경제 회복의 결정적인 변수인 수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줄 것이다. 국제 원유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원유가의 상승은 부정적인 파급영향이 적지않다. 경기 상승기류에 제동을 걸 것도 틀림 없다. 실업이 줄지않고 파업이 격렬해지는 것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나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더구나 총선을 멀지않게 앞두고 있다. 정치개혁과 맞물린 정치일정이 경제 개혁을 가로막고 나설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경제를 장밋빛이 아니라 잿빛으로 바꾸어 놓을 불안 요인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바람을 불어넣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추가적인 경기부양책도 억제하고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촉진, 마무리를 제대로 해야할 때다. 급속한 경기호전이나 턱없는 기대감은 긴장을 약화기키게 마련이다. 노조가 구조조정을 하지말라며 파업하는 요즘의 사태도 알고보면 정부가 빌미를 주고 부추긴 면이 없지않다. 성장을 늦추더라도 체질을 다져 기초기반을 튼튼히 하는 편이 멀리봐서 옳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오랜만에 쥔 경제개혁카드를 중도에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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