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을 품에 안은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가 한국타이어와 손잡고 KT렌탈 인수전에 참여한다. 자금력이 풍부한 오릭스가 한국타이어의 재무적 투자자(FI)로 힘을 보태기로 하면서 KT렌탈 인수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종철(사진) 오릭스PE 대표는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KT렌탈 본입찰에 참여한 한국타이어의 FI로 참여하는 방안을 꽤 오래전부터 검토해왔다"며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방식)로 전환되면 한국타이어와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레시브 딜이란 매각주관사가 인수 후보자들과의 개별 협상으로 입찰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을 의미한다. 인수 후보자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금액을 써낼수록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KT렌탈의 유력 인수 후보였던 오릭스는 당초 한국타이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예측됐으나 본입찰 직전 KT에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이 대표는 "본래 한국타이어와 함께 KT렌탈 인수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여러 사정 때문에 본입찰에 같이 참여하지 못했다"며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한국타이어와 손을 잡고 움직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인수전을 마무리 지은 만큼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 중 하나인 KT렌탈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이다.
오릭스와 한국타이어가 사실상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KT렌탈 인수전 경쟁 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SK네트웍스가 9,000억원 안팎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릭스를 등에 업은 한국타이어가 조율 과정에서 그 이상의 가격을 써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프로그레시브 딜 실시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채 인수 주체와 개별적으로 입찰 가격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입찰가에 대한 개별 조율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인수 후보자를 한 차례 걸러낸 뒤 2차 본입찰 형태로 프로그레시브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현대증권과 KT렌탈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부담될 것이 없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현대증권 인수자금의 약 80% 정도는 국내 기관투자가 등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오릭스 내부에서 투입하는 돈은 20% 수준에 불과한 만큼 아직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며 KT렌탈 인수전에 대한 성공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