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슈퍼파워' 꿈꾸는 중국] '팍스 시니카' 서곡 울려퍼진다

고도성장 발판 13억인구 "해낼수 있다" 한마음 <br>'개도국 빅 바이어' 급부상…영향력 급속 확대


['슈퍼파워' 꿈꾸는 중국] '팍스 시니카' 서곡 울려퍼진다 고도성장 발판 13억인구 "해낼수 있다" 한마음 '개도국 빅 바이어' 급부상…영향력 급속 확대 • '中華패권주의' 야심 ‘슈퍼 파워’ 중국의 무한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10년 가까이 연평균 9%가 넘는 고성장을 이뤄낸 경제분야에서만이 아니다. 정치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부문이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힘을 바탕으로 ‘21세기 세계의 최강자’로 우뚝 서겠다는 복심(腹心)이지만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이런 중국의 속내는 이제 세계인들의 우려와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중국의 실체를 냉철한 관점에서 정확히 파악해 당당한 자격으로 ‘한ㆍ중 동반자관계’를 이룩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중국이 추구하는 ‘슈퍼 파워’의 겉과 속을 다섯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주요 언론들은 연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외교 활약상을 헤드라인 뉴스로 보도했다. 칠레에서 열린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20∼21일) 참석차 남미순방에 나섰던 후 주석이 회의가 열리기 훨씬 전인 12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쿠바를 잇따라 방문해 다양한 경제협력을 이끌어 낸 것을 비중있게 다룬 것이다. 보도내용도 단순한 동정기사가 아니었다. 남미를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세계 전역에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해설기사까지 곁들여 ‘이젠 중국이 세계의 중심국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13억 국민들에게 인지시키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났다. 행간을 들여다 보면 중국 언론과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가 두려울 정도다. ‘대국(大國)’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잃어버린 힘’을 되찾는데 만족하지 말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가야 한다’는 외침이 배어나기 때문이다. 아시에서 벗어나 ‘세계 최강의 국가’로 우뚝 서 ‘팍스 시니카(Pax-Sinica)’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외치며 13억 국민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런 보도를 접하는 중국인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할 능력이 있고, 13억 국민 모두가 염원하는 지상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베이징에 사는 진잉신씨는 “지난 10년 동안 이룬 경제발전은 중국의 잠재된 힘을 보여준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중국은 최소한 5년 안에 세계를 좌우하는 국가로 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과거의 중화사상(中華思想)이 국민들 마음 구석구석까지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지식층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려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고위 연구원은 “중국은 경제력은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자격을 갖췄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지도자들의 자신감도 하늘을 찌를 듯하다. 2020년까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종합국력이 세계 3위에 오르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의욕에 차 있다. 추진하는 속도도 예전같지 않다. 빠르기만 하다. 이런 행보의 중심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자리하고 있다. 후 주석은 취임일성으로 “경제 뿐 아니?모든 부문에서 균형발전을 이뤄 미국, 일본에 버금가는 국가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양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미국, 일본과 당당히 경쟁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에 대한 준비는 안팎에서 착착 주진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체제 개혁에 칼을 빼들었다.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패척결을 비롯한 각종 부조리 청산이 개혁의 핵심대상이다. 외부적으로는 경제는 물론 정치ㆍ외교ㆍ문화ㆍ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통상ㆍ외교력을 한 곳에 모으고 있다. 후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 등 국가지도자들이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을 잇따라 방문해 외교 축을 다양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 지도자들의 이런 행보는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탈피, 세계 모든 국가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또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힘을 세계에 과시하는 팽창주의로 가기 위한 디딤돌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면 이 같은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말할 것도 없이 그 동안 급성장한 경제력 덕분이다. 중국의 연간 교역액은 지난해 1조1,000억달러로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4반세기 만에 50배로 불어나 일본을 4위로 끌어내리며 세계3위의 무역대국으로 우뚝 올라섰다.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세계의 공장’에 불과했던 중국이 ‘세계교역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기침을 하면 모두가 감기에 걸릴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세계의 원자재를 집어 삼키는 하마’가 된 중국이 개도국들의 ‘빅 바이어’로 급부상하면서 이들 국가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축적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철환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중국이 개도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면서 개도국 발전에 도움을 줄뿐 아니라 국제 무역관계 재편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특히 부족한 원자재 확보를 위해 브라질, 아프리카 등과의 교역을 대폭 확대한 지난해부터는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잠재된 영향력은 이미 다양한 곳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작년 초까지 한 나라도 인정하지 않았던 중국의 ‘시장경제국가’ 지위를 지난해에만 26개국이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의 보이지 않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15년 동안 유예됐던 시장경제지위가 반덤핑 등 중국에 불이익으로 나타나자 통상ㆍ외교력을 동원해 불과 3년만에 난관을 기회로 바꿔놓은 중국의 저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모든 국가들이 중국의 시장국가지위 인정을 넘어 갖은 아양을 다 떨며 중국과 손잡기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은 중국에게 더욱 큰 힘이 되고 있다. 그 동안 먹고 사는데 급급했던 중국은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세계 제패의 꿈을 키우고 있다. 경제적인 분야뿐 아니라 정치ㆍ외교적인 입장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속마음을 더 이상 숨기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중국 정부의 대외적인 노력에다 입에 풀칠할 정도인 ‘원바오(溫飽)’에서 어느 정도 먹고 살만큼의 사회인 ‘샤오캉(小康)’ 단계로 접어들면서 얻은 국민들의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속내에 감춰진 중화주의로 비약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의 설 땅이 좁아질 것이라는 게 염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중국인들의 정서를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 또 우리가 과연 잘하고 있는지를 되돌아 봐야 한다. 대외경제연구소(KIEP) 북경사무소장인 이장규 박사는 “중국은 현재 우리가 한발 앞선 공정기술마저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중국보다 앞선 기술을 계속 개발하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는 언제든지 용도폐기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중화패권주의가 어느 방향으로 튈 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 입력시간 : 2005-01-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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