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98구매실태조사] 휴대폰.라면 웃고 술.가전제품 울었다

젊은 층에 비해 라면 소비가 낮았던 50대가 IMF를 맞아 라면소비를 대폭 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라면을 먹는 회수도 늘어나 주 1회이상 먹은 사람들이 10명중 6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이 전국민의 구황식품으로 자라잡은 셈이다.지난 한해 IMF 한파에 국민들은 지출을 줄이고 실속만을 추구하는 소비형태를 보였고 IMF 스트레스에 국민들은 술소비를 늘였고 짜증나는 정치·사회면보다는 경제·스포츠에 더 관심을 뒀다. 소비자프로파일연구(CPR·CONSUMER PROFILE RESEARCH)협의회는 최근 지난 한해동안 소비자들의 구매 및 소비행동, 상품이용실태 등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올해 소비자들의 행동패턴변화와 이에 따른 경영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보고서는 전국 6대 도시와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3~5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만들어졌다.<편집자주> ◇구매행태변화 생활수준이 중하층에 속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97년 36.7%에서 지난해는 38.9%로 증가했다. 또 가구내 총수입이 150만원 미만이 16.7%에서 19.0%로 올라갔다. 이같은 소득감소는 바로 구매행동의 변화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은 실속구매(가격 비교, 쇼핑품목 작성, 세일때 구입등)와 기능중시(디자인보다는 기능 중심, 다양한 기능보다는 튼튼한 제품 선호, 값은 비싸도 애프터서비스 중시)의 경향이 높아진 반면 브랜드선호, 충동·신용구매 경향은 감소했다. 광고관을 보면 소비자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외국인 모델에 대한 거부감이 높게 나타났다.(10대 21.6%, 20대 23.5%, 30대 33.2%, 40대 40.8%, 50대 41.4%) 또 PC통신이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주로 10~20대로 한정돼있기 때문에 이들 광고에 대한 관심도 평균 10%안팎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통신광고시장이 성장성은 높지만 타겟선정등에 있어서 정확한 매체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식음료광고는 주류쪽을 제외하고는 여자의 관심도가 남자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제품은 30대, 면류는 10대, 과자는 10대, 즉석제품은 10대와 30대, 주류는 30대, 음료는 10대에서 관심도가 제일 높았다. 이밖에 의약품광고는 30~40대 주부, 패션광고는 20대 여성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더 보였으며 승용차·통신서비스는 남성이, 백화점·아파트는 여성이 관심도가 높았다. ◇상품이용실태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는 우유로 집계됐다. 최근 4년동안의 CPR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마시는 음료는 우유, 콜라, 주스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콜라와 생수를 마시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는 반면 식혜는 96년을 정점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라면등 식사대용 식품은 소비가 여전해 자동차, 가전제품등에 비해 IMF의 영향을 덜 받는 품목인 것을 알 수 있다. 봉지라면은 50대의 소비증가폭이 전년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 용기라면은 이용빈도면에서 자주 먹는 충성층이 이탈하는 추세를 보였는다. 이는 지난해 용기재질의 환경호르몬 논쟁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가전제품은 모든 부문에서 구매의향이 감소했다. 97년과 비교하면 식기세척기가 8.1%로 7.2%포인트 줄었으며 다음으로 TV(-6.4%포인트), 전자렌지(-6.3%포인트), VTR(-4.7%포인트), 진공청소기(-4.7%포인트)의 순이었다. 반면 개인컴퓨터는 가장 구매의향이 높았으며 전년과 비교한 감소율도 1.4%포인트에 불과했다.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는 구매의향에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가전제품은 여전히 전문대리점(37.5%)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전년의 47.9%와 비교해 10.4%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대형할인점이 4.1%에서 16.3%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무선호출기는 96년까지 보유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다가 97년에 정체했으며 지난해 보유율이 크게 감소했다.(96년 43.4%, 97년 45.5%, 98년 34.0%) 반면 휴대폰은 97년까지 점진적으로 증가하다가 지난해 보유율이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96년 9.1%, 97년 14.7%, 98년 27.0%) 구입의향률 역시 무선호출기는 지난해 크게 감소했으며(97년 15.0%, 98년 7.7%) 휴대폰 및 PCS는 지난해에 처음 정체현상을 보였다.(97년 21.8%, 98년 19.7%) 97년과 비교해 구입률이 증가한 대표적 상품은 콜라, 캔커피, 차음료, 스낵, 봉지라면, 구강청정제, PC통신, 소주로 나타났다. 구입률이 감소한 품목은 대추음료, 식혜, 솔잎음료, 기능성 음료, 요구르트, 커피, 끓여먹는 차, 과일젤리, 너트류, 쌀과자, 즉석죽, 스프, 즉석요리, 냉동피자, 냉동만두, 냉동육류, 비타민C, 혈액순환개선제, 위스키, 와인, 숙취제거음료 등이다. ◇라이프스타일 변화 가장 활동적인 소비행태를 보이는 30대 남자의 라이프스타일은 IMF를 전후해 크게 바뀌었다. 30대인 김과장을 통해 달라진 일과를 살펴보자. 김과장은 그동안 아침이면 자가용승용차를 타고 출근을 했다. 하지만 IMF 이후 기름값 인상으로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회사에출근하면 신문부터 보는 김과장. 과거에는 정치, 외신, 문화면에 관심을 보였지만 이제는 경제면과 증권·금융란에 눈이 먼저 간다. 점심은 값이 싼 음식점에서 해결하고 디저트는 회사자판기 커피로 대신한다. 한달 용돈이 줄었기 때문이다. 저녁때 동료들과 한잔 하던 일도 줄었다. 그나마 맥주나 위스키보다는 소주로 바뀌었다. 그만큼 귀가시간은 빨라졌다. 집에서는 TV와 신문을 뒤적거리다 잠자리에 든다. 【한기석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