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현대인의 '씨레이션'

박인구 <㈜동원F&B 대표이사>

월남전에 참전했던 지난 60년대 후반, 그곳에서 많이 먹었던 ‘씨레이션’을 그 이후로도 먹고 싶을 때가 많아 가끔 남대문시장이나 의정부 가게들을 들러보고는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군 전투식량은 통조림 위주의 씨레이션이 아니라 케미칼 필름으로 만든 포장지에 식품을 라면 타입으로 만들어 물을 넣어 흔들면 따뜻해지는 한층 더 고도화된 것이지만 월남에서 먹던 씨레이션의 맛에 비하면 이것은 식품이라기보다는 칼로리를 보충하는 캡슐화된 식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간이 음식을 불로 익혀서 먹는 이유는 영양과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기간 보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을려 보관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나폴레옹시대에 전투식량의 효율적 보급을 위한 보관방법을 공모한 결과 나온 것이 통조림이다. 통조림은 1800년대 초반 프랑스의 아페르라는 기술자가 식품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데서 출발했다. 그후 통조림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모양도 원형에서 사각이나 타원형까지 나오고 오프너가 필요 없는 원터치 캔이 일반화됐을 뿐 아니라 통조림 표면에 인쇄를 직접해 나오는 인쇄관, 그리고 통조림의 구성이 몸통과 뚜껑으로만 이뤄진 투피스 캔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정도이다. 통조림은 이제 모든 국가에서 없어서는 안될 기초식품으로 연간 수천억개 이상 소비될 정도가 됐고 캔의 회수율도 높아 거의 재활용이 되고 있어 페트병보다 환경문제 측면에서도 훨씬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통조림식품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에 따라 열을 가해 세균을 사멸시키기 때문에 안전한 식품이며 멸균상태에서 진공 밀봉상태에 두기 때문에 방부제를 쓸 필요도, 이유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통조림은 살균을 하기 때문에 신선식품에 비해 맛과 영양이 떨어진다고 알고 있으나 과학적인 연구 결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통조림식품은 계절적으로 생산되는 원료를 짧은 수확기에 전량 가공해 상온에서 일정기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식량자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먹을 수 없는 부위를 미리 제거하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쓰레기를 10~15% 감소시킬 수 있고 조리기간도 평균 30% 단축시킬 수 있어 주부의 가사노동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이와 같이 통조림제품은 완전한 식품이며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측면이 많은데도 통조림식품에 대한 일부의 오해로 페트와 같은 대체용기로 대체돼가고 있어 안타깝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일반화되고 글로벌 경쟁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않으면 안될 현대인에게 여러 가지로 유용한 현대인의 씨레이션인 통조림에 대한 오해가 불식되고 활용이 극대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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