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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20일 4,000억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쏟아낸 외국인의 변심에 1,970선을 힘없이 내줬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올 2·4분기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외국인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유입세가 여전하고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기업의 2·4분기 실적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돼 외국인의 변심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 들어 20거래일 넘게 집중 매수한 데 따른 차익실현 성격이 더욱 짙다는 얘기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0%(23.96포인트) 떨어진 1968.07포인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 1,97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 5월12일(1,964.94포인트) 이후 27거래일 만이다.
외국인은 이날 4,53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4,000억원 이상 팔아치운 것은 3월14일(4,773억원) 이후 석 달여 만이다. 개인은 2,693억원, 기관은 1,883억원 순매수했다.
증시 수급의 키를 쥔 외국인이 순매도 폭을 키우자 증시는 힘없이 고꾸라졌다. 외국인은 삼성전자(-2,016억원), SK하이닉스(-466억원), 삼성생명(-369억원), SK텔레콤(-215억원), 현대차(-126억원), 현대중공업(-105억원) 등 시총 상위주를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만2,000원(1,66%) 떨어진 130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이날 주가는 3월26일(128만5,000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삼성생명이 3.50% 내린 것을 비롯해 기아차(-3.04%), LG화학(-2.93%), 우리금융(-2.81%), 삼성전기(-2.66%), SK하이닉스(-2.56%), LG전자(-2.48%), 현대차(-2.46%) 등도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가장 큰 배경으로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 부진을 꼽는다. 당초 8조8,000억원 수준이던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 전망은 최근 들어 7조원대 후반까지 하향 조정된 상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자 외국인의 투자심리 역시 급격히 위축됐다는 얘기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월부터 계속된 원화 강세 흐름에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전망 쇼크까지 더해지면서 다른 수출기업에 대한 실적 불안감이 커졌다"면서 "대장주 삼성전자가 이 정도인데 다른 기업은 어떻겠냐는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외국인이 대거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예상 밖 부진에 따른 불안감이 시장 전체로 퍼졌다는 것이다.
환차익을 노리고 국내 시장에 들어왔던 단기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노중 아이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 중 단기성 자금은 주가수익률과 함께 주로 환차익을 많이 고려한다"면서 "최근 1,015원대까지 밀렸던 원·달러 환율이 차츰 안정을 찾고 1,020원선에 수렴하면서 추가 하락에 베팅했던 자금이 차익실현을 위해 빠져나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현재 원화 가치는 연중 고점인 3월 1,080원대에 비해 6% 가까이 절상됐다"면서 "외환 당국에서도 이 같은 급격한 환율 변동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환차익 실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이날 대규모 매도 물량은 쏟아냈지만 순매도가 추세적으로 굳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 들어 외국인은 20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뒤 일정 기간 차익 실현을 위해 순매도에 나서는 패턴을 보여왔다. 외국인은 3월26일부터 4월25일까지 4조259억원을 순매수한 뒤 8거래일 연속 1조2,026억원 순매도로 전환했다. 5월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는 3조4,842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19일부터 시작된 외국인 순매도는 한 달 가까이 집중 매수한 데 따른 차익실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양해정 이트레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들어 외국인은 한 달 넘게 집중 매수를 하면 중간에 쉬어가는 기간을 두는 패턴을 보였다"면서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이 나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 것으로 오히려 2·4분기에 바닥을 확인하고 3·4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되면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센터장은 "삼성전자 2·4분기 실적 우려에 외국인이 과민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 시장에 대한 외국인 스탠스 자체가 변화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