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비정규직 해법은 동일근로ㆍ동일임금 원칙에 기초해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각종 차별을 해소한다는 내용으로 큰 얼개는 비슷하다. 임금과 상여금ㆍ성과급을 비슷한 일을 하는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줘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의 취지와 600만 비정규직 근로자 표의 위력을 감안하면 큰 틀에서의 여야 합의 도출은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문제는 정작 노사 양측 모두 불만이 크다는 사실이다. 여야의 법안제출에 맞춰 재계는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임금과 상여금은 물론 복리후생적 금품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 없이 똑같이 지급하는 것은 임금산정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사용자 측 주장은 일리가 있다. 보수체계는 업무책임이나 근속연수ㆍ직무평가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 사내하도급 관련법 제정에 대해서는 사측은 물론 노동계로부터도 반발을 사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내하청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되 최대한 차별을 줄이는 묘안이라고 하지만 사내하청 근로자를 비정규직의 굴레에 가두고 불법파견까지 조장할 소지가 있다.
노사 관련제도는 노사 양측의 이해와 양보를 바탕으로 한 조율로 최대공약수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노사정위원회가 합의제로 운영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제도조차 시행과정에서 겉돌았던 게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이번 법안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수많은 공약들을 양산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제대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는지조차 의문스럽다.
대선 표밭을 고려한 정치권의 법안 추진은 자칫 노사갈등의 새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정규직 노조의 양보 없이 사용자 측의 비용부담만 늘린다면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이해 당사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노사 관련법안 같은 것은 시한을 못박고 추진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여야 합의시도에 앞서 노사 양측의 광범위한 의견부터 수렴해 합리적 절충점을 찾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