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출범 2년여 만에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점유율 2위까지 오르면서 PBS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PBS사업을 하는 5개 증권사 중 최하위였던 한국투자증권이 공격적 영업을 통해 급부상하면서 PBS시장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PBS와 계약을 맺은 한국형 헤지펀드 펀드 설정액은 15일 현재 5,437억원(점유율 26.4%)으로 처음으로 KDB대우증권(5,282억원, 25.7%)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그동안 PBS 시장은 삼성증권(7,095억원, 34.5%)과 KDB대우증권의 양강 구도였는데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년 새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지난해 말 3위까지 상승한 뒤 연초 들어 2위까지 차고 오른 것이다.
PBS는 한국형 헤지펀드에 증권대차, 신용공여, 각종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투자은행(IB)업무로 꼽힌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시장 상황에 관계 없이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한다.
1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투자증권의 PBS 계약금액은 140억원, 점유율은 1.3%로 꼴찌였다.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이 각각 브레인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헤지펀드 PBS를 맡으면서 선두권을 형성했고 우리투자증권이 뒤를 따르는 구조였다.
한국투자증권 PBS가 1년 만에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우수 인력을 영입하면서 알짜배기 헤지펀드와 잇따라 계약을 성사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삼성증권에서 주영근 상무를 PBS본부장으로 영입한 뒤 조직을 정비하고 영업력을 강화했다. 특히 브레인·삼성운용 등 기존 헤지펀드 플레이어보다는 트러스톤운용·대신운용 등 신규 운용사들을 집중 공략했다. 싱가포르 현지법인에서 경험을 쌓아온 트러스톤운용과 서재형 대표를 앞세운 대신운용의 헤지펀드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거래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해 7월 설정된 트러스톤운용의 1호 헤지펀드인 '트러스톤탑건코리아롱숏'과 9월 설정된 대신운용의 '대신에버그린롱숏' 의 설정액은 현재 나란히 2,00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말 계약을 맺은 트러스톤운용의 2호 헤지펀드 '트러스톤탑건멀티스트래티지'와 '신한BNPP명장 Asia ex-japan 주식 롱숏'의 설정액도 각각 750억원, 400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주영근 한국투자증권 PBS본부장은 "지난 1년간 PBS부서를 영업에 중점을 두는 조직으로 전면 개편했고 최근 신규 시스템을 오픈하면서 헤지펀드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며 "회사에서도 PBS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1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도 "한국투자증권이 주식대차 수수료나 헤지펀드 컨설팅 등에서 다른 PBS 대비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러한 소문들이 기관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한국투자증권이 PBS를 하는 헤지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