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용병 CEO 시대

남상조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

워크맨과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세계시장을 주도하던 일본의 자존심 소니가 창업 60년 만에 외국인 용병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소니는 지난해 경영실적 부진을 이유로 그동안 정보통신과 가전의 결합을 추진해오던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회장을 퇴진시키고 미국 CBS방송국 출신의 하워드 스트링거를 새 회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이미 4년 전부터 외국의 용병 CEO들을 초빙,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경영수술을 받아왔으며 실제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닛산이 ‘코스트 킬러(Cost Killer)’라고 하는 르노 출신의 카롤로스 곤 사장 영입을 시작으로 물꼬를 트기 시작했으며 마쓰다는 미국 포드사의 마크 필즈 사장을 파견받았고, 미쓰비시 자동차는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 출신의 롤프 에크로트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20여명의 용병들을 함께 받아들였다. 서구의 용병 CEO들은 동양인들과는 달리 지연·학연·혈연 등의 인맥에서 자유스럽기 때문에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안목의 경영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81개국에 480개의 공장을 갖고 있어 '해가 지지 않는 기업'으로 통하는 식품회사 네슬레는 스위스 본사 임원 9명 중 본국 사람은 한 명도 없으며 사원 1,500명도 대부분 70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이후 해외자본의 국내유입으로 외국경영인들이 대거 상륙하고 있으며, 지난 1년 간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30위의 상장대기업 가운데 주가를 가장 많이 끌어올린 에쓰오일과 실적 5위인 외환은행의 CEO도 외국인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으로 영입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버트 러플린의 역량도 주목받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의 외환위기는 달러 부족보다도 리더십 부족 탓’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요즘은 특정업체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근무하는 프리랜서들, 그중에서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e-랜서’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종의 내국인 용병들이다. 물론 프리랜서들은 자유롭기는(Free) 하지만 그 창(Lance)은 어느 방패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이 우수해야 한다. 미국 토마스 멜로니 MIT 교수는 통역ㆍ상담ㆍSW개발·홍보 등을 아웃소싱하면 30%의 비용절감이 되므로 ‘e-랜서 경제’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사회지도층들의 용병이 아닌가 한다. 이른바 4류라고 하는 정치부터 개선해야겠다. 지구촌 시대가 무르익으면 의회나 각료, 나아가 대통령까지 용병해오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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