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운이 따라 주어야

제10보(173~199)



‘위기 뒤에는 찬스’라는 말이 있다. 승부의 속성에 대한 설파이자 인생의 잠언이다. 그 말을 뒤집으면 찬스 뒤에는 위기라는 말이 된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면 사생결단으로 돌파구를 찾게 되고 저절로 오관(五官)이 열린다. 바늘끝 같은 활로라도 놓치지 않고 찾아낸다. 반대로 행운의 안타를 얻고 나면 안도감으로 오관이 닫혀 버린다. 이젠 살았구나 하는 달콤한 성취감에 눈이 저절로 감기는 것이다. 하변에서 횡재를 한 창하오는 무조건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 판단은 옳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이창호가 흑73으로 반상최대의 끝내기를 했을 때 창하오는 나머지 끝내기 가운데 현찰인 좌변의 백 3점을 살리는 수(백74)를 두었다. 바로 이 수가 문제였다. 얼른 눈에 띄지 않는 더 큰 자리가 있었던 것이다. 정답은 참고도의 백1이었다. 흑2면 백3으로 뛰어나와 확실한 백승이었다. 실전은 흑75가 통렬한 수가 되어 도로 승패불명의 바둑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마지막 순간에 또 한번의 실족이 있었다. 백96으로 밀고들어간 수가 그것이었다. 백의 허점을 정확히 문책한 수순이 흑97이었다. 백96으로는 97의 자리에 먼저 젖혔어야 했으며 실전과는 반집의 차이가 있었다. 이 바둑의 결과가 딱 반집이었음에 비추어볼 때 이 실수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199수 이하줄임 흑1점(반집)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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