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영창악기를 인수한 삼익악기에 대해 주식ㆍ설비 처분을 통한 ‘원상복구’ 명령을 내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는 영창악기가 회생 가능한 만큼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익측은 공정위의 처분명령에 따라 일단 자사 보유 영창악기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또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인수가액(110억원)의 0.0002%(220만원)씩을 매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반면, 삼익측은 공정위의 시장점유율 산정근거가 잘못됐고 영창이 회생 불가능한 만큼 독과점 예외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를 제소하는 등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삼익은 세종법무법인 변호인단을 통해 공정위 심판관리원에 이의신청을 내는 대신 곧바로 행정소송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낼 경우 같은 내용의 판결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삼익 관계자는 “공정위 방침대로 1년 안에 매각을 하게 되면 헐값매각도 불가피하다”며 “오는 20일께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은 뒤 공식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영창악기의 회생ㆍ매각 성사 여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삼익악기측의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영창악기 회생 가능성 논란=공정위는 영창악기가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지만 지난해 600여명의 인원감축 등으로 구조조정이 완료되고 공장가동률도 상승 추세에 있는 만큼 퇴출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영창은 93년 중국시장 진출 후 원가경쟁력도 확보하고 미주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독과점을 허용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백 삼익악기 사장은 “중고 피아노 시장까지 합쳐서 보면 (공정위가 언급한) 92%(업라이드 피아노 기준)라는 수치는 실제와 다르다”며 “중고ㆍ신제품을 합치면 시장점유율이 30%에 그쳐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공정위의 논리를 반박했다.
삼익측에 따르면, 중고피아노 시장은 월 5,000대 규모로 월 2,000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신제품 시장의 1.5배에 이른다.
삼익 관계자는 “세계 1위 야마하를 비롯해 일본 가와이, 중국 세정 등 외국산이 10%에 이를 정도로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다”며 “영창은 퇴출이 임박한 회생불가 회사인 만큼 독과점 판정에서 예외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계에 넘어갈 가능성도=삼익측은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의결권 제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다. 법원이 이를 허용할 경우 일정 부분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영창 주식이 매물로 나오더라도 국내업계에서 소화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피아노 시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수 년째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매수에 나설 만큼 자금여유가 있는 업체가 없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영창악기는 1만6,000평 공장부지를 내다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고 지금도 노사갈등으로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악기공업협회 진석규 전무는 “결국 공정위 결정에 따라 매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외국업체가 사들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1996년 삼익 부도 이후 법정관리 상태에서 1998년 미국의 기타 제조업체인 깁슨이 인수를 시도했다가 가격이 맞지 않아 그만둔 적이 있다.
그러나 야마하뮤직코리아는 주식이 매각되더라도 관심 없다는 입장이다. 허정 고문은 “삼익은 업라이트 피아노가 주력이어서 그랜드 피아노 위주의 야마하와 제품군ㆍ가격대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제기된 소송이 적어 최종적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론이 날 때까지 시일도 오래 걸릴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무학이 제기한 주식처분명령에 대한 이의제기 소송은 아직까지 법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