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삼성 금융사 조직문화 혁신 나선다

"경쟁력 갉아먹는 잦은 회의·보고서 없애자"<br>실적악화 등 위기 타개책


"직장 상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회의, 이런 회의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팀장용 보고서, 임원용 보고서…무슨 보고서가 이리 많은지 정신이 없을 정도예요."


지난달 25일 오전8시 무렵, 삼성생명ㆍ화재ㆍ카드ㆍ증권ㆍ자산운용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5개사 사내방송에서는 내부직원의 인터뷰 음성이 일제히 흘러나왔다. 방송 내용은 평소 톤과 확연히 달랐고 임직원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주겠다는 의지가 묻어 나왔다고 한 간부는 전했다.

15분여간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버려야 할 관행과 구습 등이 인터뷰 형식을 빌려 가감 없이 공개됐다. 업무방식 등과 관련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법을 모색해보는 작업이 본격화하는 순간이었다.

6일 삼성그룹과 금융계에 따르면 저금리 등 급변한 경영환경으로 고전하는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조직문화 혁신에 나선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근 수년 동안 줄기차게 금융계열사의 뒤처진 글로벌 경쟁력을 질타해왔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라고 보고 조직문화부터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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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이달까지 총 3부작 형태로 금융계열사들의 현상 등에 대한 방송을 내보낼 예정인데 이날 첫 방송에서는 지나치게 잦은 회의 및 보고가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병폐로 집중 거론됐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2회분 방송에서는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사례가 심층적으로 다뤄질 계획이다.

금융계열사의 한 고위임원은 "그룹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금융계열사의 자발적 기획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시장환경 및 정책 변화가 큰 시기에 그룹 금융사가 다 함께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보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캐치프레이즈가 가슴에 와 닿더라"며 "형식에 얽매이는 행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월가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계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받는 존 김 뉴욕생명자산운용 CEO도 인터뷰를 통해 삼성의 놀라운 성장을 언급하면서 빠르고 투명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올 회계연도 들어 실적둔화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생명만 1ㆍ4분기(4~6월)에 전년동기 대비 소폭 증가(2.3%)한 순익을 올렸을 뿐 같은 기간 삼성화재 24%, 삼성카드ㆍ증권은 각각 54.2%, 83.8% 순익이 감소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업무효율화 등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비용을 줄여야 하는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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