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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업계에도 '맞춤형 주택' 바람이 불고 있다. 인구구조와 생활방식의 변화에 따라 노령층ㆍ싱글족ㆍ신혼부부 용 등 다양한 유형의 주택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제도의 미비 등으로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우건설ㆍ대림산업 등 주요 건설사들은 수요자 취향에 따라 내부 공간을 활용하거나 세대 특성에 따라 다양한 평면을 도입한 아파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나만을 위한 주택' 속속 선봬= 대우건설은 이달 중 분양예정인 '위례신도시 송파 푸르지오'에 일반적인 벽식 구조가 아닌 주택 내부를 기둥식으로 설계한 '철골철근콘크리트 무량판 구조'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 구조를 이용하면 집안 공간을 공급자의 의도대로 나누는 콘크리트 벽이 없어진다. 경량식 벽체를 이용해 내부공간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취향과 가족 구성 등에 따라 수요자 맞춤형으로 꾸밀 수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내부 공간을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라며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주택 공급은 상대적으로 공공 부문이 활발하다. 서울시는 구로구 천왕도시개발지구에 '여성안심주택'을 공급하기로 했고, 노원구 공릉동에는 일종의 기숙사인 대학생전용주택도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올해 초부터 보금자리주택에 신혼부부용ㆍ실버가구용 등 특화된 평면 24가지를 적용중이다.
민간업체들도 최근 2~3년 사이 맞춤형 주택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가변형 벽체를 이용해 거실과 침실 공간을 입주자 취향에 따라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최근엔 한라건설이 원주에서 부부중심형ㆍ영유아 가족형ㆍ청소년 가족형ㆍ로하스 노부부형 등 다양한 평면을 갖춘 아파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비용ㆍ제도 탓 예상보다 확산 더뎌= 건설사들이 맞춤형 주택에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확산속도는 더디다. 또 대부분 기존 평면에 주택 일부 공간만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어서 엄밀히 맞춤형 주택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맞춤형 주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3~4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하지만 관련 제도가 여전히 규제로 작용하고 있고 소비자 인식과 건설 원가 증가 등의 이유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맞춤형 주택 공급은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오토바이 보유자나 음악인, 도심 직장인을 위한 주택 등 특정 수요자를 겨냥해 공급하는 '컨셉트 하우스'가 보편화돼 있다. 유럽 역시 1960년대부터 공간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오픈 하우스'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양한 주택 공급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부족하다. 맞춤형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설계비와 공사비 등 건설사들의 원가 부담이 더욱 늘어나지만 분양가상한제 하에서는 실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사는 수요가 가장 많은 주거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ㆍ층간소음 등에 관한 규제 완화와 원가 부담 상승을 보전할 제도적인 혜택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