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이주열 한은 총재 단독 인터뷰] "통화정책 점점 어려워 … 많은 사람들 디플레 아니라고 말해"

국민들 믿음 얻지 못하면 정책 내놔봐야 따르겠나

체감경기 여전히 제자리… 힘든 때일수록 정부 따라야

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가 3일 박원식 한은 부총재의 영접을 받으면서 서울 소공동 한은 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는 한마디로 '뼛속까지 한은맨'이다. 그는 한은의 역할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35년 인생을 한은에서 살아온 만큼 후배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이 내정자가 청와대로부터 공식 내정 통보를 받은 것은 3일 점심을 하면서. 친구들과 오찬을 하던 중 임명 연락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날 내정 직후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도 정밀한 소회를 밝히는 것은 꺼려하면서도 평소 한은과 통화정책에 대한 확고한 철학만큼은 분명한 어조로 얘기해나갔다.

그는 무엇보다 인터뷰 내내 수차례에 걸쳐 '한국은행의 소중함과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존립 근거라고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우선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갈수록 통화정책이 더 어려워지고, 어렵다는 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을 내다보기가 쉽냐"며 한치 앞도 모르는 통화정책의 애로를 에둘러 설명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기준금리를 섣불리 조정했다가 매서운 비판을 받았던 경우처럼 통화당국이 당시 상황에서 아무리 최고의 선택으로 정책적 결정을 내렸다손 치더라도 이내 국민적 비판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현실적 고충을 얘기한 것이다.

이 내정자는 이런 줄기에서 '선배 총재'들의 정책적 수행능력에 대해 자기비판적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총재들의 정책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통화정책의 일관성이 아니었느냐'는 것에 대해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는 나 역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과거 통화정책이 제대로 되지 못했던 중심에서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시인했다. 그는 "통화정책의 일관성이 사실 가장 어려운데 정말 문제는 앞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상황에서의 통화정책이 힘든 결정의 연속이라는 점을 얘기했다.

이 내정자는 이런 흐름에서 '중앙은행의 신뢰'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중앙은행은 국민의 신뢰가 존립 기반이고 유일한 존립 근거"라고 몇 차례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통화정책이라는 게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입법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그렇다면 결국 한국은행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형성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이 한국은행을 믿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민이 우리(한국은행)를 믿지 않으면 통화정책 결정 과정을 따르겠느냐"며 "결국 답은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어떻게 확보해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그의 발언은 역으로 과거 수년, 아니 수십년 동안 한은의 신뢰성이 그만큼 떨어졌고 통화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을 다시 구축하지 않고서는 국민을 한은 편으로 되돌려 세우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내정자는 경기 인식에 대해서도 에둘러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됐던 '디플레이션(저물가·저성장)' 논쟁과 관련해 '지금 상황이 디플레이션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개인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고 말해 현재의 경기가 저물가에 따른 폐해가 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한편으로 디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의 경기 상황이 기준금리를 경기부양을 위해 내려야 할 만큼 시급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이 내정자는 다만 '통화정책이 경기에 순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경기 순응'이 곧 기준금리 인하론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부담으로 읽힌다.

이 내정자는 다만 지난해 말 한 일간지 기고에서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해 "희망적인 지표 전망과 달리 실제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서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를 신뢰하고 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업가정신 존중,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며 체감경기를 일으킬 수 있는 통화정책과 이를 위한 정부와의 공조를 얘기했다.

이 내정자는 한은 조직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지금 내가 한은의 조직에 대해 얘기하면 수많은 억측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과거 한은 부총재에서 물러날 당시 김중수 현 총재의 급격한 물갈이 인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고 김 총재의 각종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자리를 물러났다. 즉 자신이 조직에 대해 비판론을 얘기하면 전면적인 물갈이론 또는 과거 김 총재에게 '희생'당하면서 떠난 사람들의 복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조직에 대한 언급은 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