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능환ㆍ이강국ㆍ천정배… 이들을 보라

천정배ㆍ이강국ㆍ김능환. 판사 출신이라는 점 말고는 공통점이 별로 없는 세 사람의 행보가 신선하고 이채롭다.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쇼로 생각하는 여느 국회의원들, 더 많은 부(富)와 더 높은 자리를 좇아 질주하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4선 국회의원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달 말 광주광역시에 변호사 사무소를 열어 서민 인권보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한다. 18대 국회의원 임기 중 여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항의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두 차례 사퇴선언을 했는데 이 기간의 월급(세비) 수령을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직서를 냈어도 수리가 안 돼 눈 딱 감고 받을 수도 있었지만 국회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비를 받는 것은 옳지 않다며 양심을 지킨 것이다. 그가 받지 않고 돌려보낸 세비는 1억2,300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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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퇴임한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이달 12일부터 법률구조공단 서울지부 사무실에서 매주 두 차례 무료법률상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6년 전 헌재소장 인사청문회에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특강을 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른 공직이나 로펌에는 갈 생각이 없고 통일된 대한민국의 헌법을 만들 때 참여하는 게 소망이라고 한다.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33년 공직생활을 마친 다음날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출근해 물건을 나르고 계산도 하며 손님을 맞았다. 총리 후보로도 거론됐던 그는 대법관과 중앙선관위원장도 과분한 자리였는데 다른 공직을 또 맡는 것은 적절하지도, 어울리지도 않는다며 거절했다.

돈과 권력의 유혹을 훌훌 털어버리고 평범한 생활로 돌아간 이들의 선택은 감동적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고검장 퇴임 한달 만에 로펌에 취업해 17개월간 16억원을 받은 장관, 무기수입 업체에서 고문을 지낸 장관 내정자 등 전관예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고위공직자가 수두룩하다. 배금주의와 특권의식에 물들기 쉬운 고위공직자와 우리 사회가 뒷모습조차 아름다운 세 사람에게서 배워야 할 교훈은 참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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