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환율 대책의 핵심은 외국인 투자제한 완화다. 달러 등 외환 유입을 유도해 속절없이 떨어지는 루피화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우선 외국인 국채 투자 상한선을 기존 15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그 동안 해외 투자자들은 인도에서 각각 국채 150억달러, 회사채 450억달러만 사들일 수 있었다. 또한 국내 기업의 해외상업대출 상한은 기존 30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늘린 400억달러로 상향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인도 경제 전반이 비틀거리는 상황에서 외자 유입을 획기적으로 늘리기에는 파괴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투자은행인 퍼스트랜드의 크리슈나무르시 하리하르 재무담당자는 “인도 국채의 수요를 늘린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대책이지만 실제 효과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동시에 필요하다면 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수비르 고칸 인도중앙은행(RBI)부총재는 대책 발표에 앞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루피화 환율상승이 인플레이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에)개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루피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57루피가 깨지면서 RBI의 시장개입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인도 루피화는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당 57.1550루피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루피화는 지난 한 주 동안에만 약 2.2% 하락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루피화 약세의 근본원인을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로 꼽고 있다. 인도 정부는 5월 무역수지 적자가 4월(134억 달러)보다 큰 163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두부리 수라바오 RBI 총재는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루피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에서 조정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인도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의 최하 단계인 BBB-로 동결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무디스는 인도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와 성장률 둔화에 시달리고 있지만 점차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