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준금리 13개월째 동결] 경기 낙관론 접은 한은, 새 경제팀과 정책공조 강화하나

"경기회복세 주춤… 환율 하락 하방 리스크 작용"

수정전망 내놓는 7월이 통화정책방향 분수령

'연내 금리인상 전망' 사라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한은 본관에서 임기 세번째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13개월째 2.5%로 동결했다. /이호재기자

한국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견지해오던 한국은행이 고집을 꺾었다. 국내외 불안요인이 불거지면서 대한민국호가 당초 예상했던 경기회복 경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이다. 12일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 장기화'와 '원화 가치 변동성 확대'를 지목했다. 각각 내수와 수출을 좌우할 핵심변수들이다.

자연스레 기준금리 인상 논란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금통위는 수정된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다음달로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판단을 사실상 유보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기준금리 방향은 인상 쪽"이라고 분명히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다음달 10일 열리는 금통위는 통화정책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기 경제팀 출범을 앞둔 정부 입장에서는 한은과의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 위축, 원화 강세에 꽉 막힌 한국 경제=금통위 직후 기자들의 관심은 '경기회복세가 주춤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발표문에서 '주춤'이라는 단어에 쏠렸다. 지난달까지 빠지지 않았던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표현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일시적인지 장기적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팩트(fact)를 쓴 것"이라며 "6월 지표를 보면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표상으로 본 한국 경제는 수출이 선전하는 반면 내수는 극도로 위축된 모습이다. 지난 5월 중 수출은 영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0.9% 줄었지만 일평균으로는 사상 두번째로 높은 수준(22억3,000만 달러)을 달성했다. 반면 내수의 경우 4월 중 소매판매가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를 중심으로 전월 대비 1.7% 감소했고 세월호 사고 여파로 서비스업생산이 1% 감소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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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출 또한 가파른 원화 강세로 위협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 역시 원화 강세에 따른 내수회복을 강조했던 지난달과 달리 이번에는 부정적 영향을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최근 환율 움직임엔 쏠림현상이 부분적으로 있다"고 지적한 뒤 "환율절상의 효과를 측정해보면 성장에는 마이너스 작용을 하기 때문에 하방 리스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률 3%대로 내리나…새 경제팀과 정책공조 기대=시장의 관심은 이미 다음달 금통위로 넘어간 모습이다. 7월 전망이 4월(올해 성장률 4%, 내년 4.2%)보다 얼마나 낮춰질지가 관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0.2%포인트 내렸고 세계은행(WB)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2.8%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의 경기인식은 통화정책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 총재 역시 "지난달 기준금리 방향 자체를 인상이라고 제시했던 것은 4월 경기전망과 연계했던 것"이라며 "다음달에 전망을 내놓으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새로 출범하는 2기 경제팀에도 상당한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4월 취임한 이 총재가 새로운 경제팀과 손발을 맞춰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공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심 한은이 경기부양을 도와주길 원하는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금리 인하 가능성은 현 경제상황에서는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처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보다 좁은 폭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 이 총재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유럽은 금리의 절대수준이 낮으니까 폭을 좁게 움직인 것"이라며 "우리 금리 수준(2.50%)을 감안하면 0.25%포인트씩 조정하는 것이 효과를 계측할 수 있으면서도 시장에 충격을 안 줘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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