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이르면 다음 주 중 검찰에 소환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9일 SK그룹 계열사가 창업투자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조직적으로 2,80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총수 일가의 개인자금으로 유용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SK그룹의 불법 자금운용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이날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기업과 SK 관계사 등 5~6곳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중요 압수수색 일정이 일단락된 만큼 자료 분석과 총수 일가 소환조사 일정 조율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에서는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의 소환이 다음 주 중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의)소환 일정은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빠르면 다음주에 이뤄질 수도 있다”며 “이번 사건은 SK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한 자금흐름의 여부를 파악하는 것인 만큼 환부만 빨리 도려내고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 부회장이 자금세탁과 횡령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쪽에 수사의 무게를 두고는 있지만 총수인 최 회장이 최종 의사 결정에 간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을 풀 핵심 열쇠는 베일에 가려진 최 회장의 선물투자 실패 전모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8년부터 2년여 동안 최 회장이 최소 1,000억원대의 선물 투자에 나선 이유와 그 실패 과정이 이번 횡령 의혹 사건을 설명해 주는 해답지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SK 지주회사 체제 완성을 위한 순환출자 해소자금을 마련하려고 무리한 선물 투자에 나섰다 실패했고 그 손실분을 급히 메우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이 선물 투자에 올인 베팅을 한 2008년 하반기가 공교롭게도 리먼브러더스 사태 시기와 겹쳐 글로벌 금융위기의 희생양이 됐고 불법 자금 동원에까지 발을 들여놓게 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비리 자금 흐름이 확인될 경우 최 회장 형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총수 일가의 선물투자를 책임진 SK해운 출신의 역술인 김원홍씨가 중국에 체류 중인 것을 확인하고 신원확보에 나섰으며 중국 수사 당국과 공조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