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12월10일. 포드사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100만번째 T형 자동차가 출고된다. 1908년 첫 생산된 T형차는 1927년 단종될 때까지 1,500만대가 넘게 팔렸다. 독일 폴크스바겐사의 ‘비틀(딱정벌레)’과 함께 세계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1924년께 미국에는 천만대의 T형차가 굴러다녔다. ‘T형 자동차는 추월할 수 없다’는 말도 생겨났다. 앞지르고 또 앞질러도 또 다른 T형차가 나타났으니까.
가격도 쌌다. 290달러. 누구나 소유할 수 있었다. 첫 출시가격은 850달러. 19년 만에 65.8%나 내렸다. 같은 기간 중 80% 가량 오른 물가를 감안하면 실질인하율은 81.4%에 달한다.
비결은 대량생산을 통한 생산성 향상. 창업자 헨리 포드는 1912년 도축장 천장에 매달린 고기덩어리가 다음 모노레일을 통해 작업자에게 넘겨지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었다. 1년후 세계최초로 선보인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은 1대당 조립시간을 5시간50분에서 1시간33분으로 단축시켰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강조한 분업과 ‘테일러시스템’의 접목인 셈이다. 현대식 대량생산체제가 활짝 열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핵심인력을 GM과 크라이슬러에 내준 포드는 1936년 3위업체로 추락한다. 일관(고로)제철소까지 완비한 궁극형 자동차 공장으로 기대했던 루즈공장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루즈스틸은 완전정리(2004년)될 때까지 두고 두고 손해를 입혔다. 철강ㆍ자동차업종간 수직계열화의 실패 모델로 손꼽힌다.
찰리 채플린이 영화 ‘모던타임스’에서 대량생산에 따른 인간성의 파괴를 풍자하기도 했지만 전세계 공장의 대부분은 지금도 포디즘(Fordism)을 기본으로 운영된다. 현대 경영의 선각자인 그는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아무리 뛰어난 생산성 혁신도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게 포드의 교훈이다.
/권홍우ㆍ경제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