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국에 심는 한국기업의 혼(SK편)] 2. 중국인에 의한 `중국 SK`

`중국 대륙의 도로를 포장하는 아스팔트,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데 꼭 필요한 윤활유, 정유ㆍ석유화학 공장을 움직이는 생산기술 노하우, 주요 도시에 깔리고 있는 무선 인터넷망 등등` SK가 중국 땅에 뿌려 놓은 씨앗들이다. 비록 `SK`라는 브랜드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중국의 주요 산업기반을 움직이는 동력으로서 SK의 힘이 발휘되고 있다. 중국 산업 심장부에 `Made by SK`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SK에 대한 기업이미지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에 버금갈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SK가 중국 사업을 추구하고, 확장하는데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다. SK가 남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중국 산업동맥을 움직이는데 없어서는 안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중국인들에게 `미래가 있는 기업`으로 각인된 비결은 무엇일까. 이렇게 된 것은 우선 `일관된 사업추진`이 가장 큰 동력원이다. SK는 진출초기부터 `명실상부한 중국기업이 되겠다`고 천명하고, 모든 경영자원을 이러한 목표달성에 총동원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SK의 일관된 사업추진으로부터 나왔다. 경영의 모든 기능을 중국에서 완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을 중시`하는 SK 고유 경영철학을 중국 땅에 심어 `중국인에 의한 중국 SK` 만들기 작업을 완료한 것이다. 무엇보다 `SK의 중국 사업엔 한국인이 없다`고 회자될 정도로 현지인에 의한 경영체제를 구축한 것은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SK는 중국 사업을 책임지고 운영해 갈 중국법인 대표로 씨에청씨를, 정보통신 사업 대표로 류윈씨를, 생명공학 사업을 주도할 SK상하이신약개발연구소 소장에 야니 리우 우 박사를 각각 임명하고, 연구원들도 모두 현지인을 채용했다. 또 우수 현지 인력을 뽑아 국내 사업장에서 수년간 근무한 뒤 중국에 보내는 `교차근무 형태의 채용`방식을 도입해 SK의 기업문화와 사업모델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시스템보다는 사람을 통해 움직이는 중국시장의 특성을 간파, 기업문화와 사업모델을 체득한 현지 인재를 육성해 중국에 뿌리내리는 방식으로 모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순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SK의 전략은 `중국인에 의한 중국 SK를 위한 경영법`을 도입해 최고의 중국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SK의 사례는 중국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와 현지 채용인 교육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준비를 철저히 한 것도 SK의 명성을 이어간 요인 가운데 하나다. SK는 한국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한중수교 이전인 지난 90년 푸젠성에 SKC의 대표 사업인 비디오테이프 합작공장을 세웠다. SKC의 한발 앞선 진출은 당시 상황을 미뤄볼 때 완벽한 사전조사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함정오 KOTRA 광저우 무역관장은 “SKC의 성공은 중국시장의 특성과 위험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SKC는 이 같은 준비가 밑받침돼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고, 이곳에서 창출되는 이윤과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보통신 및 화학공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업시민의식을 함양 시키며 사회 친화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것도 SK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켰다. SK는 `중국기업 SK`를 만들어 가고, 중국인들에게 SK라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현지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것이라고 보고 한국의 장학퀴즈인 `SK장웬방` 프로그램, 한중 영재청소년 교류 행사 등을 후원했다. 이는 `중국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심어주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김기범 베이징 한국투자기업협의회 고문은 “중국에 SK처럼 깨끗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 준 기업은 보기 드물다”며 “SK가 이렇게 된 것은 현지 중국 사회의 일원으로 인재를 육성해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중국인들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녹화때마다 中학생들 장사진 ■ `SK장웬방` 촬영 현장 지난 22일, 베이징 북삼환로에 자리잡은 베이징TV. 매서운 칼 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SK장웬방(壯元榜)` 녹화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중국의 중고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출입 시작을 알리자 학생들이 동시에 출입문으로 몰려든다. 미처 입장하지 못한 학생들이 밀치고 들어와 `보안`들이 이를 막느라 진땀을 흘린다. “20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왔으니 입장만이라도 시켜달라”고 하소연 하는 학생도 결코 들어가지 못한다. 보안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이런 사례는 녹화 때마다 항상 벌어지는 것이라 사정은 딱하지만 눈감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스튜디오 안의 열기는 더 뜨겁다. 녹화 30분전부터 방청 학생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지나다닐 통로가 없을 정도다. `큐` 사인이 떨어지자 장내는 쥐죽은듯 고요해 졌고, 참가 학생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열기는 더해갔다. 반짝이는 재치, 명쾌한 정답으로 이어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문제를 풀어가면서 `도전`의식을 불어넣고, 순간순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응원단도 참가자들과 같은 도전과 참여의식을 느끼고 있다. 친구를 응원하면서 또는 퀴즈를 같이 풀어가면서 그 순간순간 자신의 것으로 즐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SK 장웬방은 교양프로그램으로서는 유래가 없을 정도로 중국에서 장수하고 있다. 지난 2000년 1월 1일 첫 전파를 탄 이 프로가 4년 가까이 순항하며, 베이징TV는 물론 상하이, 다롄, 장시성, 후난성, 쓰촨성 등 주요 지역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도 가히 폭발적이다. 매주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는 학생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고, 교양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갤럽조사에서 장웬방에 대한 인지도가 92%가 나온 것은 이 프로에 대한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게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프로를 통해 `SK=인재양성`이라는 기업이미지를 확고히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장웬방에 참가한 친황다오 제1중학 쉬칭칭 양은 “SK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사인 베이징TV도 “SK는 이 프로를 통해 `사람을 최고로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중국인들에게 심어주었다”며 “인재양성을 중시하는 SK의 경영이념과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공익성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 학생들에 많은 투자" ■ 우윈 담당 PD 인터뷰 SK장웬방을 첫 회부터 제작해 온 우윈 베이징TV PD는 “중국 각지에서 이 프로그램 참가에 대한 문의와 감사편지가 줄을 잇고 있을 정도로 장웬방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다”며 “이 프로를 만드는 제작진의 한 사람으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웬방이라는 프로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학생들로부터 지명도가 가장 높은 프로그램이다. 학생뿐 아니라 어른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4년째 방송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프로가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가장 큰 요인은 학생들에게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줘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또 SK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획단계부터 학생들 사고방식에 맞춰 아이디어를 낸 것도 성공을 이끌어낸 요인이다. -중국 학생, 더 나아가 중국인들은 SK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이 프로가 방송되기 전까지는 SK라는 회사를 거의 몰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활력 있는 기업으로 인식되며,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기업이 됐다. 특히 학생들에 대한 투자가 많아 미래가 있는 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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