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0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던 북핵 문제가 다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번 북한의 갑작스러운 NPT 탈퇴선언은 두가지 관점에서 그 배경을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이번 선언을 북한의 전형적인 벼랑 끝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해석이다. NPT 탈퇴라는 초강경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북미간 대화 때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자는 계산이다. 또 미국과 여타 강대국들의 대북 불가침에 대한 확약을 받아내려는 전략으로도 보인다.
실제 북한은 지난 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영변 핵사찰을 거부하며 NPT 탈퇴를 선언했었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론을 외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지만 미국이 북한의 탈퇴 불가를 밀어붙이자 북한은 결국 북미간 제네바 핵회담을 통해 핵사찰을 수용했다. 그에 대한 대가로 북한은 60만톤의 식량지원과 경제제재 완화라는 실익을 챙겼다.
두번째는 북한이 실제 핵개발을 위해 NPT 탈퇴를 결정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어느 쪽이 사실이든지 간에 북한은 이번 NPT 탈퇴선언으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이 이번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지 외교적인 고립뿐이다.
북한은 그러나 자신들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어떠한 국가와도 갈등을 원치 않으며 자신들의 핵개발 의지가 오직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이번 NPT 탈퇴선언을 통해 피력하길 원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의 이번 선언은 미국을 겨냥한 단순 제스처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한은 사실 이번 선언 이전부터 NPT 준수사항을 어기고 있었다. 무기사찰 요원들을 강제로 추방시키는가 하면 이미 여러 차례 예비 핵실험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어떠한 회원국도 NPT 준수사항을 어기거나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한 적은 없다. 만약 북한이 조속한 시일 내에 NPT 탈퇴결정을 번복하지 않는다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워싱턴은 이미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천명했고 북한을 공격할 뜻이 없다는 것과 경제제재 완화를 고려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또 지난 주 목요일부터 전 유엔특사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통해 북한 대사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북 문제에 관한 그의 경험이 이번 사태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러시아ㆍ중국ㆍ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동시에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열린 자세를 유지해야 할 때다.
<뉴욕타임스 1월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