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우리·국민 "합병 반대" 외환 "독립 경영" 압박

●정권 말 높아지는 금융권 노조 목소리<br>대선 정국 시기 유리하게 활용<br>이해집단 이익 관철하려는 전략<br>자칫 시장원칙 훼손 가능성 높아


이명박(MB) 정권이 막바지로 치닫기 때문일까.

금융계에 노조 목소리가 거세다. 산별 노조인 금융산업노조를 비롯해 은행별 노조들이 약속이나 한 듯 개별 현안에 대해 경영진과 대립각을 곧추 세우는 양상이다.


어찌 보면 이는 노사 관계에서 특이 동향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 정치 시즌이라는 점. 노조가 표면적으로는 경영진을 향해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대선 정국이 임박한 민감한 시기를 유리하게 활용하겠다는 노회한 전략이 숨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자칫 시장 원칙이 훼손되고 분위기에 편승한 이해집단의 이익이 관철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우리금융지주 매각의 경우 구조조정과 결부된 만큼 노조의 입김에 호응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과 노조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하나금융그룹으로 편입된 외환은행 노조도 '독립경영 보장'을 앞세우며 선명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

◇우리∙국민 노조, "합병 반대" 한목소리=우리금융지주 매각 이슈는 뜨거운 감자다.

금융 감독 당국은 '마지막까지 일하는 정부'라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관련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성과가 날지에 회의적이다. 여기에는 노조의 반대가 자리한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우리은행 노조는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금융의 민영화 방안으로 거론되는 KB금융지주와의 합병이 추진된다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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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수차례 실패를 경험한 우리금융 민영화를 정권 말기에 또다시 서둘러 시도하려는 금융 당국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메가뱅크 탄생을 위해 우리금융 민영화가 일방통행 식으로 시도된다면 총파업, 대정부 투쟁 등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은행 노조위원장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박병권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주택은행과 합병한 후 추가 합병은 필요 없다는 것이 국민은행의 입장"이라며 "국내 금융산업 현실에 메가뱅크는 맞지 않으며 은행원만 죽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금융지주의 매각과 관련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노조의 연합 전선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 시즌 맞아 노조의 선명성 경쟁 강화될 듯=외환은행 노조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벌써부터 5년간 약속된 독립경영이 흔들리고 있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날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최근 하나∙외환 두 은행의 수신금리를 맞출 것이라는 발언을 한 점과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외화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점검을 실시하려는 것은 독립경영 훼손의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지주 차원의 리스크 헤지 관점으로 보면 이런 이슈들을 문제 삼기에는 2%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 외환은행 인수 때부터 불거졌던 특혜 시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하나금융 경영진의 입장을 감안하면 이 같은 외환은행 노조의 행보에는 정치적인 복선이 깔렸다고도 볼 수 있다. 은행권 노사의 단체 협상도 험로가 예상된다.

올해 금융산업노조는 오는 2015년까지 비정규직 철폐, 정년 60세까지 연장, 은행 영업시간 조정 등을 주요 안건으로 내세워 최대한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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