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차별 없고…근무환경 좋고…연봉도 높고…한국화이자제약에 근무중인 김지연씨(28)는 대학시절부터 외국계 기업 취업을 준비해왔다.
국내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녀차별이 적고 전문성을 살리기도 쉽다는 판단에 따라 일찌감치 마음을 굳혔다.
국내 동종 기업보다 평균 20~30% 높은 연봉도 매력적이었다. 김 씨는 3년째 몸담고 있는 한국화이자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입사 동기인 남자직원들보다 빨리 승진했다.
그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직장생활이 즐겁다. 외국계 기업에 여성들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 기업들을 여성들이 선호하는 것은 일단 취업 문이 국내 대기업에 비해 넓은데다 남녀차별이 적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의 여성 채용비율이 평균 10~15% 안팎인데 비해 외국계 기업은 30%대에 이른다. 특히 영어 등 외국어 구사능력과 전문지식을 겸비한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펼칠 수 있는 외국계 기업을 취업 우선순위에 올려 놓는다.
더욱이 외국계 기업의 근무환경 및 조건은 여성들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우선 외국계 기업은 국내 기업에 비해 경력위주의 투명한 평가원칙을 준수한다.
성별이 아니라 업무능력이 가장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된다. 특히 대부분의 외국계기업은 군대경력을 인정하지 않아 여성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직장 여성들의 고충인 '육아와 가사'라는 큰 짐을 덜어주고 이해해주는 근무환경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한국 오라클은 2개월 이상의 출산휴가를 보장한다. 3개월 이상 휴직할 때도 일정액의 급여 지급을 통해 여성 근로자의 심리적인 안정을 돕는다. 자기개발을 위한 투자도 지원하는 탓에 서슴없이 외국유학에 도전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남자 일색'으로 여성을 찾아 볼 수 없었던 직종에도 여성들의 참여가 확대되는 추세다. 더 이상 비서 또는 일반 사무직 일변도가 아니라 엔지니어 등 전문직종에서 유감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남성을 능가하는 여성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는 추세다.
한국HP의 경우 철야근무가 필요한 엔지니어나 컨설팅 부문에 지원하는 여성들이 눈에 띨 만큼 늘고 있다.
한국 HP의 인사담당자는 "과거에는 사무직외에는 기혼여성을 찾아 보기 어려웠지만 일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탁월한 전문 기술을 겸비한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엔지니어 등 기술직에서 업무 능력으로 남성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국계 기업은 여성에게 '엘도라도'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살아 남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곳이 외국계 기업이다.
한국 오라클 입사 6년차인 정난영(31)씨는 "국내 기업에서 근무할 때 보다 외국어나 전문분야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된다"며 "자신의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않으면 생존하기 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비즈니스 컨설팅업체인 에이전시닷컴코리아의 신미남부사장(40)은 "외국계기업에서 여성이 성공하려면 철저한 프로의식 및 근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부사장은 "출근 후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업무에 몰두할 뿐 아니라 개인적인 전화도 하지 않는다"며 "본사에서 파견된 동료들보다 더 나은 업무성과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계 기업 취업을 위한 최우선 사항은 그 회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수집과 철저한 분석.
헤드헌팅업체인 유니코의 유순신사장은 "외국계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도전적인 기업문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보수적인 회사의 면접에서 도전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입수한 후 입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기업의 경력을 소지한 경우에는 다방면의 업무경력 소지자(generalist)보다는 한 우물을 판 전문가(specialist)를 선호한다. 국내기업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을 희망할 경우 최소 3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
또한 입사 희망 기업내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선호하는 인재형과 면접요령 등 살아있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부인의 추천을 선호하는 외국계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장선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