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2시32분 국회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실에서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정치인으로서 여야를 이끌게 된 박 비대위원장과 한 대표가 처음 맞대면을 했다. 원론적 수준의 대화가 오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0여분 동안 이어진 만남 동안 이들은 '개방형 국민 경선 제도 도입'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총선을 앞둔 여야 대표끼리의 탐색전도 오갔다. 이날 여야 대표 회동으로 공직선거법 개정 작업이 곧 착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비대위원장은 취임인사차 자신의 집무실을 들른 한 대표를 맞아 "민주통합당의 대표가 되신 것을 축하한다"는 말로 운을 먼저 뗐다. 박 위원장은 이어 "한 대표의 취임 일성이 '국민 생활을 책임지겠다'였다고 들었는데 기대가 된다"며 "국민의 삶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 목표가 같은 만큼 잘 협력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한 대표는 "우리나라 정치 사상 처음으로 여야 대표 모두가 여성이 아닌가 싶은데 2012년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정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을 같이 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개방형 국민 경선 도입에 대한 얘기는 박 비대위원장이 먼저 꺼냈다. 박 위원장은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공천을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에 한나라당은 국민경선을 도입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여야가 (하루 빨리) 선거법 개정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국민이 직접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요구가 폭발적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면 국민 뜻과 눈높이에 맞는 공천 혁명이 이뤄질 것"이라며 "양당에서 잘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 대표는 '모바일을 활용한 투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민주당의 선거법 개정안을 박 대표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여야는 이에 따라 1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오는 4월 총선에 대비한 개방형 국민경선 제도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단 이날 한 대표가 제안한 '모바일 투표 도입'의 경우 한나라당은 '투표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한 대표는 공직선거 후보자에 대한 비방금지 조항을 없애고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공표죄 처벌 규정을 엄격히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일명 '정봉주법') 개정안을 2월 국회에서 합의 처리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알겠다"고만 했다.
약 10분여에 걸쳐 진행된 이들의 대화는 과거 여야 대표 간 만남과 달리 기자들을 제외한 비공개 대화 없이 모든 과정이 공개됐다. 첫 대면인 만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탐색전 양상으로 대화가 진행됐다.
한편 한 대표는 박 위원장과의 만남 직후 통합진보당에 들러 이정희ㆍ유시민ㆍ심상정 공동 대표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왜 저 당(한나라당)에서 이 당으로 예방을 했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우리가 같이해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같이할 수는 없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해 야권 대통합에 통합진보당이 참여해줄 것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반면 이정희 대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야당이 좋은 결과를 내라는 국민의 요구가 있다"면서도 "앞으로 잘 챙겨주셔서 야권 연대를 복원해달라"고 말해 통합보다는 선거 연대에 방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