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또다른 버그(도·감청)를 잡아라

「밀레니엄 BUG」 여기서 말하는 BUG는 벌레다. 기계고장을 일으키는 요인이란 뜻도 컴퓨터 용어로 쓰일 때는 컴퓨터 고장을 일으키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일단 이 벌레라는 것이 침투하면 컴퓨터는 고철덩이가 된다. 어지간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버그 앞에서 두 손 들지 않을 사람이 없다. 컴퓨터 백신이다 뭐다하는 치료약을 먹여줘야 고철이 된 컴퓨터가 겨우 정신을 차린다. 그나마 그 백신을 다루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 정도나 돼야 겨우 한나절을 쩔쩔매고 처리할 수 있을 정도다.왜 갑작스레 진부한 「버그」 이야기를 꺼내는가. 이 버그에는 또다른 뜻이 있기 때문이다. 도청 또는 감청이란 뜻이다. 스파이 영화에서 보면 몰래 전화나 컴퓨터 등을 도청하는 장면을 볼 수 바로 이것이 「버그」(BUG)다. 이때 버그라는 단어를 그냥 벌레로 해석하면 수준낮은 사람이라고 한소리 듣게된다. 버그라는 것은 그러고 보면 아주 요상한 것이다. 벌레이면서 컴퓨터 고장을 일으키기도 하고 시간이 남으면 도청도 하고 다닌다. 정부는 요즘도 이 밀레니엄 버그 퇴치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을 닥달해 이 버그 퇴치에 앞장서고 Y2K라는 특명으로 전담반을 설치해 이 버그를 퇴출시키겠다고 난리법석이다. 이 벌레가 줄 피해액수가 천문학적인 수치에 이를 것이라는 걱정도 이같은 아우성에 한 몫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버그 퇴치에 열을 올린던 정부가 한쪽에서는 숨어서 이 버그를 했다는 것이다. 숨어서 일반인을 도청하고 개인의 E-메일을 검색했다. 그것도 한두건이 아니다. 수만건에 이르고 지역과 대상을 불문하고 국민의 사생활에 그토록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정부의 노고에 감사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결코 선의의 목적에서 이와같은 버그작전을 벌였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부의 오만함에 할 말이 없다. 진부하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의 지도자가 쫓겨났다. 히틀러처럼 수백만의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켰기 때문이 아니다. 야당의 당사를 도청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거짓증언이 결정적인 사유가 되긴 했다. 아직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일반인을 이유없이 도청한다해서 탄핵을 받는다거나 하는 그런 정도는 아니다. 정부기관이 나서서 도청을 해도 벙어리 냉가슴앓듯 보고만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말을 못한다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냥 참고 있을 뿐이다. 도·감청 문제가 올 국정감사에서 핫이슈로 떠올라 여·야간 전운이 감돌고 두고 볼 일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가 하는대로 민중도 행동한다. 사람들의 눈은 언제나 군주 그 사람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 말은 지금 『정부가 행동 하는대로 국민도 행동한다. 국민들의 눈은 언제나 정부에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로 바꾸어 해석할 수도 있다. 崔英圭산업부차장YK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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