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농협은행 순익보다 많게 명칭사용료 지불

과도 책정… 논란 재점화될 듯

농협은행이 올해 1ㆍ4분기에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의 명칭사용료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칭사용료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올 1ㆍ4분기 9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농협은행은 "STX그룹 부실 등 대손충당금 규모가 늘어나며 1ㆍ4분기 이익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의 1ㆍ4분기 충당금 전입액 규모는 2,403억원에 달했다. 농협은행의 STX그룹 여신은 일반여신 6,500억원, 지급보증 1조7,300억원 등으로 총 2조3,000억원에 이른다.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실적이 크게 오그라들었지만 농협은행은 올 1ㆍ4분기에도 1,059억원의 명칭사용료를 농협중앙회에 지불했다.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규모다.

명칭사용료는 농협금융 및 계열사들이 농협중앙회에 지불하는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다. 문제는 순익과 상관없이 매출액의 2.5% 범위에서 사용료가 부과되며 농협금융 내부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15일 사의표명 직후 서울경제신문과의 심야 인터뷰에서 "(농협금융지주에 오니) 명칭사용료라는 희한한 것이 있더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명칭사용료 대신) 차라리 배당을 주면 대외신인도도 좋아질 텐데 (명칭사용료를 지불하고 나서) 수지가 나빠지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명칭사용료가 금융지주 전체의 수익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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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농협금융은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이 저조한 실적을 낸 여파로 올 1ㆍ4분기(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1,550억원에 그쳤다. 올해 순익목표가 1조6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이다.

타 금융지주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농협금융의 명칭사용료가 과도하게 책정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농협금융(약 250조원)보다 자산규모가 40%가량 많은 우리금융(418조원)은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800억원가량의 명칭사용료를 거둬들였다. 이 밖에 KB금융ㆍ하나금융ㆍ산은금융은 명칭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과도한 명칭사용료가 농협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농협금융이 실적을 크게 개선해 5대 금융지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명칭사용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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