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가 연 2% 밑으로 떨어지자 장내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이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개인은 채권에 접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보통 채권은 장외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끼리 건당 100억원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다수 개인은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채권형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장내채권시장에서 주식처럼 채권을 소액으로 실시간 거래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장내채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채권은 보통 만기까지 보유하면 정기적으로(보통 3개월 마다) 이자를 수령할 수 있다. 여기에 액면가보다 싸게 풀린 채권을 장내채권시장에서 매수했는데 해당 채권 가격이 오르면 자본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보통 BBB급 채권 표면이자율이 연 4~5%인데 자본차익까지 얻으면 시중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장내채권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상품은 두산건설 전환사채(CB)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건설 84회 CB의 채권 가격(액면가 1만원)은 지난 9월 4일 9,800원에서 11일 현재 1만78원까지 올랐다. 장내채권시장에서 9월 4일 매수해 현재까지 보유했다면 3개월 사이에 약 3%에 가까운 자본차익을 거둔 셈이다. 여기에 두산건설 84회 CB는 3개월마다 연 4% 이자도 지급(이달 4일 첫 수익 지급)하기 때문에 추가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이런 매력에 힘입어 두산건설 84회 CB는 11월 이후 일 평균 20억원 수준에서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하루에만 52억원이 거래되기도 했다.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 회사채도 인기다. 유안타증권 83회 무보증회사채의 11일 현재 액면가격은 1만401원이다. 동양증권이 동양사태 여파로 1년 전 채권 가격이 7,461원에 불과했는데 유안타증권으로 인수된 후 영업 정상화 과정을 밟으면서 채권가격이 이 기간 39.4%나 뛴 것이다. 동양증권의 인수 합병 가능성을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한 투자자들은 1년만에 약 40%의 수익을 달성한 셈이다. 유안타증권 82회 CB가격도 1년 전 7,360원에서 11일 현재 1만1,100원까지 올랐다.
이 밖에 웅진에너지 3회 회사채도 1년 전 액면가 5,721원에서 현재 8,250원으로 뛰었고 현대상선 176-2회 회사채도 1년 전 7,500원에서 현재 9,8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내채권시장에서는 회사채 뿐만 아니라 국고채나 물가채 등 국가나 발행하는 채권이나 지방단체가 발행하는 채권도 거래할 수 있다. 국고채 30년물이나 경기지역개발채권 등이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국고채 30년물을 1년 전 매입했던 투자자는 약 20%에 가까운 평가차익을 거뒀다. 최근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국고채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상품마케팅본부장은 "채권은 발행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기본이자를 받는데다 장내채권시장에서 저가에 매수하면 자본차익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발빠른 투자자들은 주식보다 채권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에 투자할 때는 발행기업의 신용등급 강등여부, 재무 상태 등을 살펴야 한다. 발행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급락할 뿐만 아니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아예 이자를 지급받지 못하고 원금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액면가격 1만원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채권에 대해서는 추가 매수하기보다는 가격이 소폭 하락하기를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 투자은행(IB)관계자는 "액면가격 1만원보다 높게 거래되는 채권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려서 가격이 오른 것인데 이 경우 차익 실현 물량이 나와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액면가격 1만원 밑에서 거래되는 채권을 저가 매수해 가격 반등을 기다리는 투자 패턴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장내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은 주식을 투자하는 방법과 동일하다.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채권을 매수·매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