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연대보증
금융당국 폐지 나섰지만 저축은행ㆍ대부업체 등 소액신용대출까지 요구
이유미기자 yium@sed.co.kr
직장인 노필순(53ㆍ가명)씨는 최근 뜻하지 않게 개인사업을 하는 처남 황진영(가명)씨의 연대보증을 서게 됐다. 전후 사정은 이랬다. 급하게 사업자금이 필요했던 황씨는 A저축은행의 대출모집인을 통해 신용대출 1,100만원을 신청했다. 대출승인을 위해서는 황씨의 신분을 확인해줄 '참고인'이 필요하다는 대출모집인의 말에 황씨는 매형인 노씨를 대출모집인과 전화로 연결시켜줬다. 불안해하는 노씨에게 A저축은행의 대출모집인은 거듭 "연대보증인이 아닌 참고인 신분"이라고 말하며 몇 가지 인적 사항을 확인했다. 그런데 하루 뒤 노씨는 A저축은행으로부터 "노씨가 황씨의 연대보증인으로 설정됐으며 정식으로 서류를 작성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노씨는 "이른바 제도권 금융기관이라는 곳에서도 신용대출에 연대보증을 요구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경제신문이 연대보증의 폐해를 정면으로 지적한 후 금융당국이 기업 및 개인대출의 연대보증 폐지에 나섰지만 일부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여전히 소액신용대출에까지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들 금융회사는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한다는 이유로 기업대출은 물론 개인대출에까지 광범위하게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올해 초 금융위원회와의 당정협의에서 은행과 함께 2금융권의 연대보증도 동시에 폐지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당초 지난 5월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에 대한 연대보증 폐지를 시행하면서 2금융권의 연대보증 폐지를 함께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저축은행 등 업계의 반발로 2금융권의 개인 및 기업대출 연대보증 폐지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금융권 연대보증 폐지를 여신관행 개선 과제에 포함,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밀려 지금까지 제대로 진척된 것이 없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도 "5월 저축은행에 대한 3차 구조조정에 매달리느라 2금융권 연대보증 개선 문제는 아직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감독당국의 정책이 미뤄지는 사이 2금융권의 연대보증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로 일부 중소 저축은행들은 연대보증인들의 서류작성 편의를 돕기 위해 연대보증 입보 서류 샘플까지 구비해둘 정도로 연대보증이 일상화돼 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소액신용대출을 계속 확대하고 있어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연대보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