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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보면 동북쪽 모퉁이에 비석 하나가 비각에 들어앉아 있다. 조선시대 어느 때쯤의 유적인가 하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 비석은 보기보다 중요하다. 원래 이름은 '대한제국대황제보령망육순어극사십년칭경기념비(大韓帝國大皇帝寶齡望六旬御極四十年稱慶紀念碑)'로 상당히 길다. 보통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라고 부른다. 조선의 끝에서 두 번째 임금인 고종이 즉위 40주년이 된 것과 육순을 바라보는 나이 51세가 된 것, 그리고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황제 칭호를 사용했던 것을 기념하는 의미로 지난 1902년에 세운 것이다. 비각 현판에는 '기념비전(紀念碑殿)'이라고 쓰여 있다. 이는 '비각(碑閣)'이라는 말보다 높은 단계다. 건축사적 의미도 있는데 조선왕실에서 관장해 진행한 마지막 전통양식 건축물이라고 한다. 고종은 오래 임금 노릇을 했다. 재위가 44년(1863~1907년)으로 조선 역대 3위다(영조는 52년, 숙종은 46년). 44년 통치가 자신에게는 기쁨이었겠지만 그 결과 국가의 운명이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데 불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