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무늬만' 국민소득 2만弗시대

작년 2만45弗… GNI, GDP성장률에도 못미쳐 체감경기 싸늘<br>성장률은 수출호조 힘입어 2년연속 5% 기록<br>환율 크게 올라 '2만弗시대 일장춘몽'될수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2만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995년 1만달러를 돌파한 후 12년 만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경제성장률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당초 예상을 웃도는 5.0%를 기록, 2006~2007, 2년 연속 5%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국민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한 환율이 올해는 급등세(원화 약세)로 돌아서 ‘국민소득 2만불 시대’는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특히 2만달러 진입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분을 고려한 소득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GDP 성장률에 한참 못 미쳐 여전히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냉랭’한 것으로 나타냈다. 이래저래 2만달러 소득은 허울뿐인 수치라는 얘기다. ◇허울 뿐인 ‘2만달러 시대’=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45달러로 집계됐다. 1995년(1만1432달러) 1만달러 시대 진입 후 12년 만이다. 하지만 2006년 기준으로 세계 순위(IMF 집계)는 35위다. 1위인 룩셈부르크(8만9,819달러)와는 천양지차고, 30위인 이스라엘(2만799달러)을 따라잡는다 해도 여전히 30위권이다. 2만달러 시대라고 해봤자 중진국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2만달러 시대 진입은 우리 경제가 크게 성장한 측면보다는 원화강세(환율하락)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원화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1,862만6,000원으로 2006년(1,758만2,000원)대비 5.9% 증가했으나 달러로 환산하면 8.9%나 증가했다. 환율 효과로만 3%의 소득 증대를 가져온 것이다. 지난해 연평균 기준환율은 929원20전으로 2.8% 하락했다. 문제는 2만달러 시대를 유지할 것인가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올해 환율이 1,000원대로 급등하고 정부 역시 경상수지 개선 및 경제성장을 위해 환율상승을 용인할 것으로 보여 기준환율 상승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만약 기준환율이 970~1,000원 수준이면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보다 4.4~7.6% 하락하기 때문에 경제성장률(4.7%)을 어렵게 달성한다 해도 2만달러 유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GDP 5% 성장했지만 성장동력 식어가=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5.0%로 나타났다. 당초 한은이 전망한 4.5%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특히 올 초 발표한 속보치(4.9%)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 4ㆍ4분기 성장률이 전망치(5.5%)보다 높은 5.7%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GDP는 2006년(5.1%)에 이어 2년 연속 5% 성장세를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성장률 5%를 달성한 데는 수출의 높은 신장세가 큰 역할을 했다. 재화수출 증가율은 12.0%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으며 GDP에 대한 순수출의 성장기여율이 26.7%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소비와 투자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4ㆍ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4.6%로 1월 속보치보다 0.1%포인트 하락했고, 설비투자는 6.5%로 무려 1%포인트나 추락했다. 경제성장의 큰 축인 내수가 둔화될 조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건설투자 역시 연간기준으로 1.2%로 전년의 -0.1%에서 플러스로 전환됐으나 여전히 부진했다. ◇경제성장해도 체감경기는 ‘싸늘’=지난해 생산활동을 통해 획득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소득지표인 실질 GNI 증가율은 3.9%로 GDP 성장률을 밑돌았다. 이 수치가 GDP 성장률을 밑돈다는 것은 경제 규모가 커켰지만 국민소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국민이 실제 체감하는 주머니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값 급등으로 수입재화 가격이 상승한 데 반해 수출재화 가격은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된 데 기인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실제로 실질 무역 손실은 2006년 67조8,076억원에서 지난해 78조3,944억원으로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교역 조건이 나빠지면 일정량의 상품을 수출해 수입할 수 있는 양이 감소하게 되므로 국민이 소비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어 경제적 후생, 즉 실질소득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교역 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실은 실질 소득의 국외유출을 의미하며 지표경기(실질 GDP 성장률)와 체감경기(실질 GNI 성장률) 간의 주된 괴리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5% 성장에도 체감경기가 차가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