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의 평가 결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는 주채무계열(대기업 집단)이 10곳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들 대기업 집단에는 감독당국과 채권은행들의 계열사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 압박이 가해진다. 또 이들 10개 대기업 집단의 은행권 여신이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퇴출이 확정된 대주그룹 등 재무구조가 특히 좋지 않은 5곳의 여신만도 25조원을 넘는다. 이에 따라 이번주부터 협상이 시작되는 재무약정(MOU) 내용을 둘러싸고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충당금 부담을 줄이려는 은행과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려는 대기업 집단 간 힘겨루기가 팽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권과 감독당국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은 이번주부터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인 10곳의 대기업 집단과 MOU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 은행들은 지난주까지 재무구조 평가에서 탈락한 14곳 중 3곳을 제외한 11곳과 약정을 맺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한 곳에 대해 ‘평점은 20점에 그쳤지만 부채비율이 150%를 밑돈다’는 등의 이유로 ‘약정체결’에서 ‘자율추진’으로 방향을 바꿔 수가 하나 줄었다. 또 재무구조 평가에서 합격했지만 향후 증자부담이 커 약정을 검토했던 곳은 체결 대상에서 제외돼 합격한 곳 중 약정을 맺는 곳은 하나도 없게 됐다. 은행들은 이번주부터 이달 말까지 대기업 집단과의 협의를 거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게 된다. 그러나 대상 기업 선정도 업체들의 반발로 열흘 정도 늦어진 만큼 약정체결도 상당한 진통을 겪으며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은 약정을 맺는 10곳 중 5곳의 경우 큰 문제가 없거나 은행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미 퇴출이 결정된 대주그룹과 미국 본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A사, 인수합병(M&A)으로 채무부담이 커진 BㆍCㆍD사 등 5곳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높은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곳에 대한 은행권 여신만도 25조원에 달해 자칫 구조조정에 실패하거나 부실이 현재화될 경우 은행들의 충당금 충격이 크다. 때문에 채권은행들은 비주력 계열사는 물론 핵심 계열사도 매각하고 사재출연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