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관련주가 급등세를 이어가자 다시 거품 논란이 불붙고 있다. 단백질 및 세포치료제 등 바이오산업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실적이 개선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영업실적 등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바이오 관련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 바이오 관련 주식에 대한 투자 열기는 정보기술(IT) 버블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저 바이오 산업이 앞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일부 바이오 관련 주 올 들어 50% 이상 올라=올 들어 바이오 관련 종목의 주가 상승은 눈이 부실 정도다. 셀트리온은 올 들어 이날까지 74.2%나 올라 1만7,250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무려 1조8,433억원에 이른다. 지난주 한때는 유가증권시장의 제약주 리더인 유한양행을 제치고 제약ㆍ바이오주 시가총액 순위에서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또 디오스텍은 지난 5거래일 동안 두번의 상한가를 비롯해 무려 45.2%나 상승한 끝에 1만6,700원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시총 7위 종목으로 부상했다. 이날 상장한 세포치료제 생산업체인 코오롱생명과학도 첫날부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런 바이오주의 급등은 최근 의약품 시장이 기존 화학합성에서 단백질ㆍ세포 등 바이오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배아줄기세포 지원 확대, 약값 인하를 위한 각국 정부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용 촉진 등으로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경쟁력이 해외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에 따라 유동성 장세의 최대 수혜 대상은 바이오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주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환경변화가 긍정적인데다 국내 업체들의 기술경쟁력도 충분하다는 인식 때문에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의 실적전망은 “글쎄…”=전문가들은 바이오산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개별 기업 분석 문제로 들어가면 꼬리를 내리고 만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증권사들의 리포트도 소홀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5월 우회 상장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셀트리온에 대해 처음으로 적정 주가가 제시된 것은 그해 10월이었다. 한화증권은 당시 1만원을 적정주가로 평가했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커브를 그리며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로 등극하자 증권사들도 뒷북치기식으로 적정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HMC투자증권이 지난 3월30일 제시한 2만3,000원이 최고가다. 코스닥 시총 7위인 디오스텍은 더 심하다. 차병원 계열의 차바이오텍이 지난해 11월 디오스텍을 인수, 우회 상장한 후 증권사의 리포트는 HMC투자증권에서 낸 게 전부였다. 그나마 이 리포트에도 회사에 대한 칭찬을 잔뜩 늘어놓았을 뿐 적정주가는 제시하지도 않았다. HMC투자증권이 3월5일 리포트를 발표할 당시 주가는 7,520원이었으나 한달 만에 두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한편 7일 상장된 코오롱생명과학도 대신증권 등 3개 증권사가 리포트를 냈지만 그 어느 곳도 적정 주가를 제시하지 않았다. 증권사조차 자신이 없어 발을 뺀 셈이다. 제약업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개별 바이오 종목의 가치를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며 “실적전망이 불투명하고, 또 실적과는 관계없이 한달 사이에 두배나 뛰어오르는 주가를 어떻게 정상적으로 볼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장기적 관점으로 신중히 투자해야=제약이나 바이오 등은 일정한 성과를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자금ㆍ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개별업체의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실패 위험성까지 고려한 장기관점의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지난 2000~2001년의 바이오 1차버블과 2003~2005년 2차버블(이른바 황우석 사태)에 비춰 구체적인 모멘텀과 실적에 근거하지 못한 주가는 ‘모래성’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한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바이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로또 복권을 사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재현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바이오주의 경우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R&D 연구성과, 임상시험 결과, 글로벌 업체 등과의 계약 등 확실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중한 투자를 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