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행복한 100세 시대] 얼룩말과 시중자금

단기수익 좇아 묻지마 투자행태 곤란

인내심 갖고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을


한 마리 사자가 우르르 몰려가는 얼룩말 뒤를 열심히 쫓는다. 아프리카 초원의 흔한 모습이다. 잡히면 당장 죽는 얼룩말과 잡지 못하면 굶어야 하는 사자의 처지가 좀 다르지만, 둘 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우리나라 자산시장의 과거 이력을 보면 아프리카 초원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쪽으로 혹은 저쪽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얼룩말처럼 특정상품을 놓고 자금이 물밀 듯 들어왔다 다시 물밀 듯 사라지는 그런 모습 말이다.


가장 비근한 예로 일임형 랩어카운트(자문형) 상품이 그렇다. 자문형 랩은 한때 펀드와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며 자산시장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지금은 시장에서 거의 잊혀진 상품이 돼버렸다.

2010년 초만 해도 잔액이 채 1조원이 되지 않던 자문형 랩이 2010년 중반 이후부터는 마치 뒤에서 사자가 쫓아와 가입하지 않으면 잡혀먹히기라도 하는 양 시중의 자금이 몰려 잔액이 불과 1년여 만에 8조원 이상 불어났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1년 중반 이후부터는 마치 반대쪽에서 사자가 나타난 것처럼 자금이 물밀 듯 빠져나가기 시작해 현재 자문형 랩의 잔액은 2조 원대로 쪼그라들어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와 버렸다. 이 모두가 최근 2~3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자산시장의 높아진 변동성이 펀드와 자문형 랩 시장이 현재 겪고 있는 굴곡의 기본적인 원인이지만, 손실과 이익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조급한 투자심리와 분위기에 휩쓸리는 소위 '묻지마식 투자행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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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는 퇴직연금펀드, 연금저축펀드, 월지급식펀드, 라이프사이클 펀드처럼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소위 100세 시대 펀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전체 펀드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들 펀드로는 많게는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희망이 경제적 문제로 절망이 되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걱정스런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우일 수도 있지만, 앞서 봤던 것처럼 우리나라 몇몇 금융상품의 성장 이력에서 나타나듯 단기적으로 큰 인기를 끈 이후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혹은 빠르게 위축되면서 이전만도 못한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100세 시대와 관련한 투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 시장 변동에 따라 자금을 이리저리 몰아서는 안 되고, 장기적인 계획 아래 꾸준함과 인내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시장의 변동성이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더라도 이에 대응하는 자세만큼은 기존 펀드와 자문형 랩 상품처럼 치솟았다 가라앉는 투자패턴은 곤란하다.

내 노후를, 그리고 100세를 책임질 상품인 만큼 단기적인 수익을 좇거나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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