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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달리 독일은 유로존에 포함돼 있다. 유럽 지역의 재정위기로 유로존 상당수 국가는 휘청거리지만 독일은 홀로 활황세다.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을 꼽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제조업 강국인 독일에 작용한 유로화 약세다. 같은 제조업 강국인 일본은 엔화 강세로 수출이 주춤한 반면 자동차나 부품소재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과 다투는 독일은 유로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이 생기면서 수출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4%의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원성이 커지자 연초부터 정부는 물가잡기에 나서겠다면서 정책의 방점을 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이동했다. 묘하게 원ㆍ달러 환율도 지난해 말부터 강세를 이어갔다. 원화 강세가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물가안정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이 때문일까. 1월 소비자물가는 3.4%로 떨어졌다. 하지만 부작용도 나타났다. 무역수지가 20억달러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것. 월별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불안한 시선도 많다. 성장을 이끌 축인 수출 역시 1월에는 지난해 1월에 비해 감소했다.
6일 원ㆍ달러 환율은 1,120원80전으로 소폭 올랐지만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31원이나 떨어졌다. 미국의 경제지표 개선과 유로존 불확실성 해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동시에 오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염두에 둔 정부의 물가안정 강조도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환율이 한 달 만에 40원가량 떨어지는 등 하락속도가 다소 가팔랐지만 눈에 띌 만한 당국의 움직임은 없었다"면서 "당국이 물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에 달러 매도를 하기가 편했다"고 말했다.
◇환율과 물가ㆍ수출의 함수관계=환율 하락은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물가에는 호재다. 하지만 수출에는 악재다.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아무래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수출활로를 뚫는 게 그만큼 어려워진다.
반대의 경우에는 다르다. 환율 상승은 물가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무엇보다도 수입물가 역시 오른다. 석유 등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환율 상승이 달갑지 않다. 더구나 곡물 역시 수입의존도가 품목에 따라서는 50%를 넘는 게 수두룩하다. 경제, 특히 물가에는 그만큼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수입물가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생산자물가는 0.5~0.6%포인트가량 오른다. 또 생산자물가가 1%포인트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1%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상승→수입물가 상승→생산자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의 패턴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입물가가 1%포인트만 올라도 소비자물가는 결국 0.05~0.06%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환율 상승이 아무래도 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환율 상승이 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수출에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환율 상승이 수출가격 경쟁력을 키워 수출 확대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대략 환율이 100원가량 상승하면 대형 수출기업의 국내 영업이익은 연간 4조3,000억원가량 늘어난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높은 원ㆍ달러 환율은 기업의 이익을 개선시키는 핵심 역할을 한다"면서 "국내 이익 모멘텀 회복 역시 원ㆍ달러 환율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의 고민, 묘수가 없다=지난해의 물가가 높다 보니 올해는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물가는 상승압박이 강할 것으로 한은은 전망하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4%도 기저효과일 뿐 추세가 3% 초반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역으로 이는 원화 강세를 약세로 돌려세우기 위해 개입하는 게 쉽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당국이 언제까지 원화 강세를 묵인하고 있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출이 더 고꾸라지면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다. 물가보다는 성장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국이 환율 상승의 용인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락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수지 적자와 더불어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확대와 미국의 저금리 기조 유지 등 이달 추세적인 환율 하락이 예상되고 있는 점도 당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담당은 "12월 대선까지는 물가안정 관련 발언이 지속되겠지만 수출 둔화에 따른 성장률 저하도 등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당국은 환율 하락을 묵인하기보다 다소 적극적인 매수 개입에 나서며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당국은 이런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다. 환율도 안정적으로만 간다면 굳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환율정책의 핵심은 시장의 안정"이라면서 "물가나 성장을 위한 정책을 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