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종교인구는 6,990만여 명으로, 전체인구보다 2,200만 명 정도 많다. 그것도 전체 566개 교단 중 245개 교단만 집계한 결과다. 어이없지만 사람들의 종교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런 관심은 다른 신앙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가져온다. 굳이 오래된 역사를 들먹이지 않아도 피부색이나 종교·국적·이념에서 쌓인 갈등이 종교의 이름으로 표출된 경우가 셀 수 없고, 중세 마녀사냥 같은 여론몰이와 단죄가 여전하다.
이 책의 저자인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 종교학과 교수인 존 모리얼과 타마라 손은 신도·비신도 할 것 없이 자기 종교조차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독교에서는 성서의 창세기, 즉 창조론과 진화론이 양립할 수 없다든가,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였고 기독교도의 피로 의식을 치른다든가 하는 것. 또 성경에는 우리가 죽으면 그 영혼이 천국이나 지옥에 간다고 씌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저자들은 유대교·가톨릭·개신교·성공회·감리교 등 주요 교파에는 내부적으로 진화론을 '신의 계획'에 포함된다고 보는 견해가 존재한다고 밝힌다. 또 예수의 살해와 피의 의식 같은 비방은 지독한 반유대주의의 산물이었을 뿐이고, 불멸의 영혼에 관한 것은 그리스 철학의 영향이라고 덧붙인다.
그 외에도 이슬람교도는 대부분 아랍인이고 또 아랍인은 모두 이슬람교도라든가, 코란에는 자살테러를 하면 천국에서 숫처녀 72명에게 시중받는다고 써 있다든가, 코란은 유대교와 기독교를 비난한다든가 하는 것에 대해 모두 잘못 전해진 내용이라고 못 박는다. 부두교는 흑마술이고 힌두교도는 우상 숭배자이며, 돼지고기는 질병을 일으켜 성서에서 금지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책은 먼저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면서 일반적인 오해에 대해 살펴본다. 또 역사적으로 깊은 갈등과 반목 아래에 놓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를 2~4장에 걸쳐 설명하고, 나아가 조로아스터교·부두교·힌두교·불교 등 동서양 종교와 비신자에 대한 오해까지 놓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오해에 대해 짤막하게 이어가는 글을 읽다 보면, 종교인이든 무신론자든 당연하다 생각한 많은 것이 편견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된다.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