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라면, 얼마나 드십니까? 한국 연간 소비량 34억개… 1인 소비량 세계 1위2차대전 후 日 불황 극복 위해 개발… 최근 영양 강화한 다양한 제품 등장"팜유·천연 조미료 사용 인체 무해" "대사 기능 장애 물질 한번에 섭취"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관련기사 라면, 얼마나 드십니까? 라면 맛있게 먹는 방법 경춘자 '라면 땡기는 날' 사장 제철 만난 복어, 맛의 진객… 요리의 진수 "찬 바람 분다… 굴 요리 먹으러 갈까?" 코로 넣는 '경비내시경' 편안한 진료 노화를 부르는 건성 피부 몸 속부터 다스려야 보헤미안의 천국, 샌프란시스코 '저항 문화'의 버클리 '벤처 정신'의 스탠퍼드 >>리빙 앤 조이 기사 더보기 한국인은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민이다. 세계라면협회(IRMA)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라면소비량 34억개로 중국(442.6억개), 인도네시아(124억개), 일본(54.3억개), 미국(39억개)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인당 소비량으로 치면 연간 1인 소비량 75개로 압도적인 1위다. 라면의 원류를 다투는 일본, 중국의 소비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치다. 외래 음식인 라면이 이 같은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63년 삼양식품㈜이 일본 명성식품과의 기술제휴로 한국 최초의 ‘삼양라면(치킨탕면)’을 시판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라면이라는 음식이 무엇인지 몰랐다. 삼양식품 직원들이 길에서 라면 요리 시범을 보이며 물건을 팔아야 했을 정도였다. 라면이 대중화된 것은 박정희 정권 시절 밀가루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부터 였다. 쌀 자급자족을 이루고자 했던 박정희 정권이 쌀 보급률을 늘리는 대신 밀가루 사용을 권장해 목표를 달성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본디 한국인들은 얼큰한 국물을 좋아해 라면이 밥과 같이 한 끼 식사의 위치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 였다. 5원 짜리 꿀꿀이죽에 비하면 훨씬 포만감도 있었고 가격도 63년 당시 1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았다. 라면은 이내 식사대용으로 인기를 끌게 됐고 라면 산업의 급성장기였던 70~80년대 연간 판매신장률은 30~40% 대에 달할 정도였다. 판매 초기였던 60년대 후반 연간 생산액이 1,500억~1,600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라면 시장의 규모는 1조4,440억원으로 10배 성장했다. 하지만 89년 ‘우지파동’,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웰빙 열풍 등으로 라면 산업은 정체기에 들어섰다. 최근의 웰빙 트렌드를 반영, 라면 업체들이 인공화학조미료(MSG) 대신 천연조미료를 사용하고 클로렐라, 버섯 등 몸에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도 ‘싸구려 가공 식품’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또 한 가지 난관은 ‘몸에 좋은 것은 맛이 없다’는 인식. 농심 관계자는 “지금은 라면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터닝포인트”라며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는 제품들을 내놓기 위한 라면 업체들의 신제품 개발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세계인들이 한 해에 860억개를 먹어 치우는 라면에 대해 알아봤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이를 입증하듯 현재 라면 가격은 최초 시판가격인 10원에서 겨우 65배 오른 650원 안팎이다. 60~70년대 물가인상률이 400%대였고, 시내버스요금같은 기간 10원에서 1,000원으로 100배 상승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인상률이다. "라면 가격을 쉽게 인상할 수 없었던 것도 서민들의 식사대용품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는게 라면 업체들의 설명이다. 라면은 탄생할 때부터 서민 음식의 운명을 타고 났다.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라면을 이 땅에 태어날 수 있게 한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밀가루로 밥을 지어라" 라면의 유래는 중국유래설과 일본유래설이 맞서고 있다. 중국유래설은 중일전쟁 당시 관동군이 중국인들의 전시 비상식량이었던 전면의 맛을 보고 그 맛을 못 잊어 일본에서 튀긴 건면과 수프를 넣은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했다는 설이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닛신(日淸)식품의 회장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ㆍ1910~2007)가 튀김 요리의 원리에 착안,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했다는 일본유래설에 동조하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패배 후 일본 경제는 극심한 불황에 빠졌고 해외에서 밀가루를 원조 받게 됐다. 정부에서는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공급했으나 쌀을 주식으로 했던 일본 국민은 빵으로는 영양을 보충하기 어려웠다. 이런 연유로 쌀을 대신할 만한 밀가루요리를 개발하는 것이 전 국가적 과제였다. 안도 모모후쿠는 밀가루 면 요리를 인스턴트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노력 끝에 58년 오늘날의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하게 됐다.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아지츠케면(味附麵)'은 국수발에 양념을 묻힌 것으로 끓는 물에 2분만 넣고 끓이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양념이 묻은 면이 쉽게 부패해 61년 명성식품이 이를 개선, 면과 스프를 따로 넣은 라면을 내놓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63년에 이르러서야 라면이 보급됐다. 삼양식품 창업주 전중윤 회장이 연수를 받으러 일본에 갔다가 라면이 대체식량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봤다. 전 회장은 5원짜리 꿀꿀이죽 보다 라면의 영양이 우수하다고 생각했고, 63년 일본 명성식품의 라면 제조기술을 도입해 치킨탕면을 선보이게 됐다. '라면'이라는 명칭에 익숙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은 라면을 한자어 비단 라(羅)와 솜 면(綿)으로 받아들여 털실이나 섬유라고 오해하기까지 했다. 또 가공식품이 흔치 않은 때라 집에서 직접 만들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꺼렸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외래 음식이었던 라면은 박정희 정부의 밀가루 소비 권장 정책에 힘입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라면 시장은 60년대에만 연간 40%대 이상의 성장을 이뤘고 라면 산업이 활기를 띄면서 87년까지 롯데공업(현 농심), 한국 야쿠르트 등 5개 업체가 라면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 서민형에서 웰빙형으로 라면 산업은 20년간 급성장을 이뤘으나 80년대 말~90년대 초에 이르러 시장상황이 변하면서 정체기에 들어섰다. 국민소득이 향상되면서 라면은 저가품이라는 인식에서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89년 '우지파동'. 공업용 우지로 면을 튀겼다는 오해를 받게 되면서 몇몇 업체의 간부들이 구속됐고 그 중에서도 삼양식품이 가장 큰 타격을 입어 부도위기에까지 처하게 됐다. 이후 라면 업계에 내려진 숙제는 '라면을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ㆍ기능성 식품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94년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면 제품이 등장했고, 비타민, 칼슘 등을 강화한 라면, 비만억제 라면, 숙취해소 라면 등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라면 업계에서는 천연조미료가 인공화학조미료(MSG)를 대체하고, 건강지향형 라면이 속속 출시된 지난해와 올해를 '라면 산업의 진화기'라고 부른다. "라면을 '저가의 싸구려 음식'으로 생각하고 외면했던 이들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라면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알뜰 건강식 vs 싸구려 즉석식 라면은 건강에 유해할까. 논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라면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이자 세계라면협회(IRMA) 회장인 안도 모모후쿠 닛신식품 회장이 인터뷰에서 "97세 장수의 비결은 라면"이라고 말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라면은 저가의 저품질 즉석식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일본의 한 유명 건강저널리스트는 라면을 두고 '21세기에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식품'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의 저자 안병수 씨는 그의 책에서 '3년간 라면을 계속 먹게 되면 뇌와 정신에 이상이 생긴다' '몸의 대사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첨가물을 한꺼번에 섭취하게 하는 식품이다'라며 라면에 대한 일본 식품 전문가들의 경고를 인용했다. 그렇다면 라면의 어떤 성분이 건강에 유해한 것일까. 라면이 유해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과 수프에 들어있는 조미료 등의 첨가물을 문제 삼는다. 이들에 따르면 기름과 인공조미료는 발암물질이고 조미료의 성분이 대사기능에 장애를 줘 중성지질이 인체에 축적되면서 동맥경화나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관련 라면 업계에서는 오히려 라면이 암과 노화를 예방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에 따르면 라면스프의 원료에는 콘드로이친 황산, 칼슘, 인이 들어있고 야채에는 셀레늄, 비타민,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돼 있다. 황산 콘드로이친은 식이섬유 성분의 일종으로 동맥경화, 신경통, 관절통, 편두통 등에 효과가 있다. 또 변비해소, 원기회복, 콜레스테롤 저하에 좋으며 콜라겐과 결합, 노화방지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 역시 식물성 기름인 팜유를 쓰고 있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많은 이들이 살을 찌우는 대표 음식으로 라면을 꼽는데 실제 라면 100g의 칼로리는 약 500㎉에 불과해 성인 한 끼 식사 권장량인 800㎉에는 미치지 못하며 오히려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야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없을 정도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문제 삼는 인공화학조미료(MSG)도 농심의 경우에는 올해 초 천연조미료로 대체했고 다른 업체들도 사용량을 대폭 줄였다. 농심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에 사용하던 MSG 양도 크지 않았고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도 입증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해외시장의 경우 인공조미료를 사용한 제품을 선호하는 곳도 많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MSG 유해 논란으로 라면 업계는 라면의 맛을 내는 주요 성분이었던 MSG를 대체할 만한 조미료를 개발했고 이전과 비교해 맛에서도 차이가 없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라면이 일부 영양소가 부족한 것에 비해 칼로리 자체가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라면 120g을 기준으로 탄수화물 80g, 단백질 10g, 지방 17g이 함유돼 있는데 상대적으로 지방함량이 높은 대신 비타민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지방 함량이 낮으면서도 필수 영양소를 보충해줄 수 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일부 라면 마니아들은 계란이 라면 국물의 맛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계란은 라면의 부족한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주요 부재료다. 또 라면을 끓일 때 고기나 야채를 넣는 것도 방법이다. 인스턴트 라면에는 특히 비타민과 광물질이 부족하므로 김치와 함께 먹거나 야채샐러드, 토마토 등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입력시간 : 2007/11/21 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