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외이웃에 13년째 '아낌없는 사랑'

안양 '아낌없이 주는 나무' 100명…쌀가게 주인등 서민들 모여 미인가 복지시설 찾아 봉사

봉사단체 '아낌없이 주는 나무' 회원들이 무의탁 노인들이 모여 사는 안양 소재 노인복지관인 '에덴의 집'을 찾아가 시설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의 10평 남짓한 빌라에 15년째 살고 있는 쌀가게 주인 박동진(46ㆍ사진)씨. 박씨는 오전에 본업인 쌀가게 일을 일찍 마치고 오후에는 안양ㆍ의왕ㆍ수원의 노인ㆍ장애아, 고아원 복지시설을 돌며 겨울 찬바람이 스며들지는 않는지, 어르신 건강은 어떤지 등을 체크한다. 이러기를 매일같이 13년째. 때로는 굶주린 노인ㆍ장애아를 위해 쌀가마니도 가져간다. 지난 90년대 초 쌀가게 근처에 갈 곳 없는 뇌성마비 장애아 10여명이 사는 복지시설인 ‘양지의 집’을 찾을 때만 해도 혼자이던 봉사활동이 이제는 100여명으로 늘었다. 박씨의 남모르는 선행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자장면집 주인, 택시기사, 철물점가게 아저씨 등 동네 서민들이 합세했고 현재 안양은 물론 의왕ㆍ수원을 아우르는 지역 봉사단체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거듭났다. 현재 ‘아낌없이 주는 나무’ 회장인 박씨는 90년대 초 나홀로 봉사활동을 할 때만 해도 땡전 한푼 도와주는 이가 없어 매월 인근 다방의 신문과 박스 등 폐휴지를 모아다 팔아 10만원을 마련해 어려운 이를 도와주곤 했다. 박 회장은 “봉사 초기 간호사인 아내의 거센 반대가 있었지만 계속되는 봉사활동을 지켜보고 이제는 아내도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회원들은 박씨같이 가진 것 없는 우리네 평범한 서민들이다. 그래서 돈이 아니라 몸으로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철물점 회원은 노인복지시설인 ‘에덴의 집’ 등을 돌며 망가진 시설을 보수해주고 자장면집은 소년원이나 보육원에 자장면을 배달해주고 미용사는 독거노인의 머리를 깎아주고 등등. 박 회장은 “자폐증ㆍ저능아 아이들이 모여 있는 안양시 베데스다조기교육원에는 부모들이 버리고 간 장애아들이 40여명에 달한다”며 “우리 회원들은 이 아이들의 보금자리 시설 보수, 식사 제공은 물론 정기적으로 함께 놀아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베데스다를 포함해 사랑과 평화의 집(노인시설) 등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미인가 시설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안양중학교 등 관내 청소년과 연계해 소년원 등도 정기 방문, 팥빙수를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다. 박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형편이 나아지면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한다”며 “봉사는 조건이 되면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있으면 주어진 현실에서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몸소 보여준 봉사활동이 귀감이 되면서 백운고등학교 등 안양ㆍ수원ㆍ의왕 관내 중고생 200여명이 자발적으로 회원에 가입해 성인 회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15년 전에 1,200만원을 주고 구입한 빌라 한 켠과 쪼그만 쌀가게가 전부인 박 회장. 자고 나면 억대가 오르는 부동산 광풍시대 속에 너도나도 재산 증식에 여념이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박씨의 마음은 풍성하기만 하다. 그는 “1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을 돕는다는 것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쁘고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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