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고용쇼크 겹쳐 경기침체 공포 확산

신규 일자리 5개월째 감소세 실업률 6%도 위협<br>위험회피 자금 美국채 몰리고 달러화 가치도 급락<br>부시, 세감면 법안 영구화등 경기부양책 마련 검토



’쇼크’ 수준의 국제 유가 상승과 미국 고용 지표 악화에 따른 리세션(경기침체) 공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유럽과 뉴욕 증시는 대폭락하며 차례로 무너지고 달러 가치는 단 하루에 1% 폭락했다. 금융ㆍ상품 시장이 동요하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은 주식 등 위험 자산에서 앞 다투어 돈을 빼내 미 재무부 채권 등의 안전 자산으로 도피하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유가 폭등과 실업률 급등이라는 ‘원 투 컴비네이션 블로’를 맞자 추가 경기 부양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인플레와 경기침체에 동시에 직면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융시장 동요의 진원지는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 발표. 특히 미 고용지표에서 드러난 미 경기 둔화는 달러 약세->국제 유가 상승->주식시장 자금 이탈à 국채 수요 증가라는 연쇄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5월 중 실업률이 5.5%로 치솟았다는 노동부의 발표에 한동안 잠잠하던 리세션 공포가 다시 시장을 덮쳤다. 한 달 새 실업률이 무려 0.5%포인트 상승, 월 기준으로 2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에 뉴욕 월가는 경악했다. 이번 실업률 상승은 월가 금융기관과 자동차ㆍ항공업계 등의 감원 바람이 함께 반영된 것으로 미 경제가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면했지만 사실상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신호로 월가는 해석했다. 반대로 신규 일자리는 5월에도 4만9,000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고용 시장은 앞으로 호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데이비드 그린로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개월간 실업률은 더욱 상승해 6%를 향해 다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미 재무부 채권에 위험회피성 자금이 몰리면서 가격이 크게 올라 2년물 국채 수익률은 0.27%포인트 빠져 2.38%를 기록했다. 이는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만기가 2010년 5월인 2년물 국채는 표면 가격이 1,000달러당 5.31달러나 크게 상승했다. 미 국채 10년물도 수익률이 0.14%포인트 하락한 3.92%를 나타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다급해진 백악관은 추가 경기 부양책을 만지작거리고 있음을 알리는 소식도 전해졌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실업률 급등과 관련, “경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한시적인 세금 감면 법안을 영구화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이어 에드 길레스피 백악관 공보담당 고문은 “부시 대통령이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 쇼크는 주식 시장을 강타하고 환율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미 경기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고용지표의 추락 소식은 미 경제 침체가 기정사실이 됐다는 인식으로 연결되면서 달러가치를 끌어내렸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는 유로당 1.5760달러까지 밀려 전날보다 1.07% 떨어졌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0.79엔 하락한 105.15엔을 기록했다. 리세션 공포는 지구촌 경제의 최대 악재인 국제 유가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7월물은 이날 하루 동안 배럴당 10.75달러 폭등했다.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미 경제가 나빠지면 원유 수요 감소로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것이 상식이지만 최근 이런 등식은 사라졌다. 현재 석유시장의 수급상황이 빠듯하고 투기를 노린 투자자금이 시장 주변을 맴돌면서 유가가 달러 가치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는 탓이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메릴린치 북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미 국내총생산(GDP)이 0.5%포인트씩 하락한다”며 “앞으로 유가 향방이 경기와 금융시장 움직임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던 해리스 리먼브러더스 이코노미스트도 “국제 유가 급등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경기를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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