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서발 KTX 성공하려면 철도 순혈주의 파괴해야

수서발 KTX가 코레일에서 분리돼 조만간 공식 출범한다. 코레일은 수서발 KTX 경영을 맡을 임원진을 선임하는 이번주에 법인설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 거론되는 새 경영진의 면면이 코레일 출신으로 채워질 모양이다. 사실이라면 첫 단추부터 실망스럽지 그지없다. 설립 초기라 전문성과 노하우를 감안해야 한다는 현실론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하는지는 선뜻 납득이 안 된다.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철도파업의 역경을 딛고 어렵게 출범하는 게 수서발 KTX 아닌가.


KTX 이원화의 목적은 경쟁을 통한 국민편익 증대에 있다. 그런 취지에 비쳐본다면 경영과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민간기업 출신을 널리 공모해 기용해야 철도조직에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코레일은 수서발 KTX의 출범 초기 인력 50명의 대부분을 코레일에서 파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럴 게 아니라 최소한 관리와 영업 분야는 민간기업 출신을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 어렵다면 중간간부급 인사라도 외부에서 수혈하기 바란다. 자칫 코레일의 인사배출구라는 오해까지 살 수 있는 마당에 철도 순혈주의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관련기사



철도경쟁 체제는 114년 철도독점을 깨는 유례없는 실험이다. 기대도 크지만 우려 또한 작지 않은 게 사실이다. KTX를 두 개로 쪼갠다고 해서 기대했던 경쟁 효과가 나올지 의구심도 적지 않다. 정부가 새 법인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방만경영 요소를 차단하겠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코레일은 수서발 KTX의 경영목표와 비전을 발족과 동시에 분명히 제시하기 바란다. 서비스가 좋고 가격이 낮아야 할 뿐 아니라 노동생산성도 높아야 한다. 그냥 내버려둬도 흑자경영이 가능한 게 KTX다. 흑자를 이유로 또 하나의 철밥통을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상한 각오로 처음부터 고삐를 단단히 죄지 않으면 철도경쟁 체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