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인상 없을듯<br>민간회복세 아직 미흡… 더블딥 의구심 여전<br>늦으면 내년 2분기 이후로 시기 넘어갈수도
| 2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가 회의시작전 관련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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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회견을 바라본 사람들은 "비둘기(온건 성향)가 훨훨 날아다니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실제로 한은이 이날 금리동결을 결정한 후 내놓은 '국내외 경제 동향' 자료를 촘촘히 보면 금리동결을 위해 문구 하나하나를 짜맞춘 듯한 인상마저 풍길 정도로 온건한 성향이 도드라졌다.
국내 경기는 물론이고 선진국의 경기까지 회복되는 모습이 확인된 후에나 금리를 올릴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금리 올리기에는 2% 부족=겉으로 드러난 경기지표만 놓고 보면 금리를 당장 올려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한은이 내놓은 통화정책 방향을 보면 통화정책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 즉 ▦실물경제 ▦물가 ▦금융시장 등 3대 분야가 모두 안정돼 있다.
실물시장의 경우 수출은 중국과 동남아 중심으로 매달 호전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 역시 승용차 판매 등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지표도 증가세로 바뀌면서 제조업 가동률은 80% 수준으로 올라왔다.
물가 역시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2% 상승에 그치면서 한은 물가목표(2.5~3.5%)의 하한선보다도 낮은 쪽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리결정의 최대 변수가 된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금융규제가 강화된 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도 관건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한은은 앞으로의 정책기조에 대해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금리를 당장 올리기에는 아직 2%가 부족하다는 얘기인데 한은은 "향후 성장경로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국내적으로는 앞으로 재정정책의 효과가 약해질 것이기 때문에 민간 부문의 소비나 투자수요가 얼마나 잘 받쳐 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의 후행지표인 고용은 10월 실업자가 79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6만여명 늘고 상장기업의 4ㆍ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6.2% 줄어들 것으로 예상(fn가이드)되는 등 더블딥(상승후 재하강)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이 총재는 또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본격화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지역 은행의 기업에 대한 여신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언제 올릴까=한은은 이날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는 적어도 올해안에 금리조정은 없을 것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지난해 말처럼 급작스러운 위기상황이 아닌 한 한은은 연말ㆍ연초에는 가급적 금리에 손대지 않는다. 기업들이 경영계획 등을 새로 수립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으로서도 올 4ㆍ4분기 경제 성적표가 내년 1월 말 나오는 만큼 이때까지는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도 일러야 내년 2~3월, 늦으면 2ㆍ4분기로 인상 시기가 넘어갈 수 있다고 보는 쪽으로 수렴하는 듯하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대외 여건이 안정되고 국내 투자가 살아나면 내년 상반기, 이르면 1ㆍ4분기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고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상무)은 "내년 상반기 경기 흐름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