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매로 집 마련해 볼까

입찰 경쟁률 낮아져 알짜 아파트 응찰 해볼만<br>평균 낙찰가율 역대 최저치… 내집 마련 실수요자엔 호재<br>관악·성북·강서·구로 물건 많아 주변 급매물 시세도 따져봐야

주택경기침체로 낙찰가율이 떨어지면서 실수요자들에겐 오히려 경매로 내집마련하기 좋은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노원구청


#서울 관악구 봉천동 공급면적 79㎡ 규모의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이정섭(42)씨는 요즘 부동산 경매를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다.

연말 전세 재계약 날짜가 다가오고 있지만 집주인이 원하는 만큼 전세금을 올려줄 여력이 안돼 차라리 값싼 아파트를 낙찰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고시공부를 할 때부터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현재까지 약 20년을 관악구에서 보냈다"며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 전셋값이 2억3,000만원 정도기 때문에 전세금으로 2,000만원을 올려줄 바엔 관악구 내에 경매로 나온 저렴한 아파트를 구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폭염이 한풀 꺾이고 휴가시즌이 사실상 끝나면서 서울 전셋값이 다시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로 접어들어 구로, 중랑, 노원, 관악 등 젊은 수요층에게 인기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 전세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주 전셋값은 지난해 가을 이후 처음으로 0.01% 상승해 다시 상승 기조로 돌아섰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무더위가 끝나고 저가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며 "그동안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대체 주택공급이 있었지만 방 2개 이상을 원하는 신혼부부들의 수요를 채우기 어려워 국지적으로 전셋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전셋값이 다시 상승기조를 보임에 따라 그 동안 썰렁했던 경매시장에 다시 눈길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오랜 주택경기침체로 올해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매 평균 응찰자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물론 낙찰가율도 동반 하락해 평균 낙찰가율 역시 역대 최저치로 집계돼 경매에 참여하기 좋은 환경까지 조성되고 있다.

◇입찰 환경 좋아졌다=법원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아파트(주상복합아파트 포함) 평균 응찰자수가 올해 1월부터 8월 15일까지 4.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2009년(8.5명) 이후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하나의 경매물건에 10명 이상이 몰린 고경합 물건 비율도 12.4% 정도로 올해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주택경기침체로 경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누리기 어려워지자 경매 응찰자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하지만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입찰 경쟁률이 낮아져 좋은 물건을 낙찰 받기가 한결 수월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최저가에 돈을 조금 더 보탠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낙찰받는 경우가 많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전세금 마련에 허덕이는 실수요자들에게 오히려 현재의 주택경기침체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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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받을 만한 물건 어디있나=실수요자들이 경매 입찰에 응할만한 저렴한 아파트들은 대부분 관악, 성북, 강서, 구로 등 서울 외곽지역에 포진해 있다.

이들 아파트는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투자수요에 따라 가격 등락이 심한 강남3구 지역 내 아파트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성북구 돈암동 609-1 한진아파트 202동 2010호 물건은 전용면적 59.6㎡ 규모로 두 차례 유찰로 현재 최초 감정가(2억4,000만원)에서 8,700만원 가격이 하락한 1억5,300만원에 최저가가 설정돼 있다. 이 물건에 대한 입찰은 9월 19일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과 가깝고 2,72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 단지여서 대학생 및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게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같은 평형에 대한 전셋값은 1억8,000만원 수준.

단지 인근에 U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59.6㎡형은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최근 1년 사이에 전세 거래된 사례가 없다"며 "대부분 집주인들이 월세를 받을 수 있는 반전세 형태로 내놓기 때문에 이 물건을 전세로 구하기 보다는 차라리 경매 낙찰을 받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구 신림동 삼성산주공 302동 714호 전용면적 83.2㎡형도 경매 입찰을 노려볼 만 하다.

이 아파트는 지난 3월부터 경매가 시작된 후 두 차례 유찰 끝에 최초 감정가 3억8,000만원에서 최저가격이 2억4,300만원선까지 하락했다. 입찰일은 9월 19일이다.

Y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물건에 대해"지난 2000년에 입주가 시작돼 그리 오래된 아파트는 아니고 7층이라 로얄층에 해당한다"며 "최근 매매가격이 많이 하락해 같은 평형이 3억~3억4,0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지만 최저가격인 2억4,300만원에 낙찰을 받는 다면 같은 아파트 전용 58㎡형 실거래가에 낙찰을 받는 셈"이라고 전했다.

◇가격 장점있지만 권리분석 유의해야=전문가들은 경매에 참가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권리분석이라고 입을 모은다.

복잡한 법적관계를 분석하지 않고 무턱대고 경매에 임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유정 연구원은 "권리분석이란 채무자, 세입자, 채권자 등의 향후 예상 법적방향에 대해 검토해 낙찰 후 소유권이나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분석하는 것"이라며 "법원 서류를 기초로 한 후 직접 현장을 방문해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변 지역 급매물을 꼼꼼히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주택경기침체가 심해지며 아파트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며 "경매물건이 위치한 주변 지역의 급매물과 비교해 어느 물건이 가격적인 장점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경매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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